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부동산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재건축 활성화나 임대차법 개정 등 정부가 추진해 온 주요 정책들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세부적인 방침이 달라지겠지만, 과거 정권에 따라 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졌던 만큼 예측 불가능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 정부가 추진해 온 부동산 정책들은 사실상 추진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부처에서는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던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건축 활성화 정책이다. 정부는 주택 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췄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반대되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정치적 대립 때문이다.
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5만 가구 공급 계획도 현실화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사안은 법 개정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아 대선을 앞두고 이를 추진하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선 이후로 추진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던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 사업 역시 야당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의 대표 정책이던 '뉴스테이'는 정권 교체 이후 폐기 수순을 밟은 바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부동산공시법 개정)는 정치적 변화에 따라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현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것으로, 정권이 교체된다면 폐지 계획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임대차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현재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인상률을 최대 5%로 제한하는 규제가 전셋값 급등을 초래했다고 보고 이를 손질하려 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다면 다시 되돌려질 가능성은 낮다.
반면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라 추진되고 있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일정이 지연될 경우, 조합원 분담금 증가 등 부작용은 불가피할 수 있다.
세제 관련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세금 정책을 되돌릴 계획이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한 경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다주택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막을 수 없는 존재"라며 "세금만 제대로 내면 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했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제도 폐지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만큼 향후에도 추가 완화 없이 현상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세부적인 부동산 정책 방향은 정권교체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집권 여당이 계속 정권을 유지한다면, 현행 부동산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시장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여당 입장에서도 앞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벌어진 혼란을 겪어 과감한 규제 완화 카드를 쉽게 꺼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현 야당이 정권을 잡게 될 경우 공공의 역할이 강조되는 정책 기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의 대권 후보인 이재명 대표의 '기본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기본주택'은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공공주택 모델이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책도 도입될 수 있다.
다만 최근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공공 위주의 정책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는 IMF 외환위기 직후 보유세 완화, 분양가 자율화, 전매제한 해제 등 친시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이재명 대표 역시 '흑묘백묘론'을 언급하며 실용주의적 정책 기조를 천명한 바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정권 이양기에는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초기에는 공급 확대나 임대차 시장 안정화 등 기초적인 부동산 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고, 정권의 색깔보다는 당시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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