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공약이 사라졌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는 넘쳐나지만, 공약을 내세우는 이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각 당의 인식을 살펴보면 그럴 만도 하다. 너나 할 거 없이, 이른바 '묻지마 출마'에 나서는 국민의힘 주자들은 어떻게든 '이재명만 끌어내리면 된다'는 식이다. 혐의 몇 개, 일주일에 재판 출석 몇 번 식의 범죄자 프레임을 꺼내고 또 꺼낸다.
출마를 선언할 듯 하던 주자는 뜻을 거두고, 출마를 저울질하는 후보들은 공식 발표를 미루며 여론을 떠본다. 뉴스를 계속 만들어내면서 대중의 관심을 붙잡아 두려는 얄팍한 수가 정국을 덮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부터 이미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듯한 이들은 공공연하게 "공약이 필요 없는 선거가 이번 대선 아니냐"고까지 말한다. '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어대명)이란 분위기는 어쩌면 국민의힘이나 국민들 사이에서보다 당내에 더 팽배해 있는지 모른다.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갑작스러운 대선이기 때문에 공약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 수 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에도 조기대선이 치러졌다.
가장 강력한 대권 주자였던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가계부채 대책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의 당내 경쟁자였던 안희정 후보는 '전국민 안식제'를, 이재명 후보는 '고교무상교육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청와대·국회의 세종시 이전 등을 담은 정치개혁을 약속했다.
이 모두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후 일주일 안에 일어난 일들이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공약으로 국민과 소통하려는 정치 지도자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오는 6월 3일, 우리는 새 대통령을 뽑는다. 지금 같은 정쟁 중심의 조기대선 정국에서 형성된 갈등은 차기 정부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이 시점에 다시 공약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는 정권 출범 후 설익은 정책으로 국민을 힘들게 한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같은 좌충우돌이 다시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대선 시기 공약을 검증하고 집권 후 착실히 수행하겠다는 각 캠프의 각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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