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조용훈 김동규 기자 =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와 용산구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확대 지정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특히 강남 부동산 시장은 해제된 지 35일 만에 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면서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불만을 터뜨리는 모습이다.
20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24일부터 약 2200개 아파트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게 된다. 23일까지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부동산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이사와 잔금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백은진 우대빵부동산중개센터 강남지점장은 "매물이 싸게 나와도 투자자들이 구매를 꺼리고 있고, 매수 계획이 있던 사람들도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갭투자(전세 낀 주택구입)자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에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의 A 공인중개사는 "매도인들은 급매로 내놓고 빨리 정리해달라는 입장이지만, 매수인들은 더 신중해지고 있다"고 했다.
B 공인중개사는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는 재지정 전보다 1억 5000만~2억 원 정도 내린 물건이 있는데도 소화가 안 되고 있다"며 "재지정으로 충격파가 매우 크다"고 귀띔했다. 이어 "신고가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일부일 것 같고, 지금 분위기는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도 얼어붙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으로 갭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 목적 매수자가 늘고 있다"며 시장 분위기 변화를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금융 정책 및 공급 정책과 맞물려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권과 용산구 일대에서 갭투자나 포모(FOMO) 수요가 당분간 줄고 거래 시장도 주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모(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의미한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으로 거래가 직접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실거주 의무 등 진입 장벽으로 투자 매수세가 줄며 거래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데, 단기 번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토허제 영향은 규제 지역과 인접지에 국한되며, 시장 전체를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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