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수행 중인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경찰 3차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끝까지 막아내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경호처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 차장이 체포까지 감수하며 결사 항전으로 버틸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13일 경찰이 김 차장에 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경호처는 현재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호처는 '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만 일관되게 유지 중이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했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경호처 간부 총 4명 중 경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인물은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2명이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은 지난 10일과 11일 두 차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며,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도 11일 경찰 소환에 응했다. 박 전 처장은 경찰에 처음 출석한 10일 사직했다.
경찰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정통 경호공무원 출신에 경호처 안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로 꼽힌다.
박 전 처장 사직으로 사실상 1인자가 된 2인자인 김 차장과 함께 조직 내 3인자인 이 본부장이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은 것은 '요새'(要塞)로 변한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계속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김 차장을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윤 대통령 부부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한다.
이진하 본부장이 경찰 소환에 응한 것은 체포될 가능성이 낮은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호처 관계자는 "경비안전본부장은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때 관저 구역에 없었던 것으로 명확히 확인됐다"며 "경찰 조사에서도 충분히 소명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은 1차 집행 때 경호처 직원 200명으로 '인간 띠'를 만들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을 막아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긴급체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에서는 이 본부장 같은 경우 간부들에게 '케이블타이를 준비해 공수처와 경찰이 들어오면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찰은 이 본부장을 상대로는 13일 오전 10시까지 출석을 3차 요구한 상태다.
김 차장이 윤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공수처·경찰에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추가로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전날 경호처 내부망에는 "수사기관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수사기관 영장 집행에 협조가 필요하다"로 시작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A4용지 세 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게시글에는 수사기관 영장 집행은 경호법상 경호 대상자에 관한 위해(危害)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담겼다고 한다.
하지만 김 차장이 삭제를 지시했고 해당 게시물은 강제로 지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내부에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관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과 김 차장이 단일대오 유지를 위한 내부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차장이 간부들을 소집해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독려하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점도 같은 맥락이다.
김 차장이 계속 '버티기'에 나설 경우 체포영장 2차 집행을 조율 중인 공수처·경찰과 무력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에도 점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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