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자녀 혹은 가족의 취업을 위해 업무 유관 기관, 개인에게 부탁한 적이 있습니까?
국민의힘이 6·3 대선에 출마하는 당 주자들에게 120여 개 문항으로 구성된 '사전 자기검증진술서'(이하 진술서) 제출을 요청했다. 전과 유무부터 자녀에 관한 문제, 개인 사생활과 관련해 논란되는 일은 없었는지 등이 질문으로 담긴 한마디로 '도덕 검열지'다. 통상 고위공직후보자 검증에 활용됐던 것인데, 이번 대선에 등장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도 이러한 진술서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대선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해 진술서를 제출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이명박(MB) 정부에서부터 고위공직자 후보자 검증을 위해 사용한 양식인데, 이번 대선을 위해 당이 자체 개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전날(10일)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를 내면서 후보자들에게 진술서 제출을 주문했다. 진술서는 총 123개 문항으로 구성됐으며 △가족관계 △병역의무 △전과 및 징계 △재산형성 △납세 등 각종 금전납부의무 △학력 및 경력 △개인 사생활 관련 등 크게 7개 분야로 이뤄졌다.
대표적인 질문들을 꼽아보면 '전과 및 징계' 분야 문항에는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은 적이 있는가', '벌금형을 받은 경력이 있는가',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를 받은 경력이 있는가' 등이 적혔다. '학력 및 경력' 분야에서는 '자녀 혹은 가족의 대학 입학, 취업을 위해 유관 기관 혹은 개인에게 청탁한 적이 있는지' 등이 질문으로 포함됐다.
'개인 사생활'과 관련해서는 '민사 소송에 연루된 적이 있는지', '배우자가 수사를 받고 있는 사안이 있는지', '성희롱 등 도덕적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는지', '골프 목적의 해외여행을 한 적이 있는지' 등에 대한 답이 요구됐다. 일련의 질문들은 모두 우리 사회에서 한 번쯤은 논란이 됐던 사안들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 이 같은 진술서를 꺼내들고 나선 배경에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국민의 도덕적 눈높이를 맞추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더구나 6·3 대선은 국민의힘이 배출한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이 원인이 돼 치러진다. 티끌만 한 문제도 패배를 이끄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선관위는 답변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해당 후보자에게 불이익을 가한다는 방침이다.

선관위원인 이상휘 의원은 뉴스1에 "지금껏 대통령 후보자 경선에서 볼 수 없던 절차"라며 "자신의 범죄 사실이나 도덕적 흠결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 지도자가 될 사람은 스스로 한 일에 대한 책무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이를 통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전면 부각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대표는 범보수·진보 대선주자를 통틀어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이 전 대표는 8개 사건에서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 사무총장인 이양수 의원은 "범죄 피고인이기도 한 이 전 대표와 비교해 국민의힘은 더 훌륭한 후보를 뽑겠다는 취지로 사전 질문지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민의힘은 지속적으로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공격하고 있다. 당 유력 주자들도 이 전 대표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피고인 이재명을 상대하기에는 가진 것 없는 깨끗한 손 김문수가 제격"이라고 자신을 피력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 전 대표를 "위험한 사람"으로 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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