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심언기 임세원 한병찬 기자 =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1대 대선일 개헌안 동시 투표를 제안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는 전언이 더해지며 '87 체제' 종언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우 의장은 여야 정당의 지도부와 여러 차례 물밑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야권에선 이재명 대표가 조만간 대선 출사표를 던지며 개헌안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 의장은 6일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특별담화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개헌의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가이드라인'으로 비칠 수 있다며 구체적 개헌안에 대해선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조속한 특위 구성 및 논의 착수를 요청했다. 국민투표 준비·공고 기간 등에 38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속히 협의를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력한 대선일인 6월 3일 기준으로 38일을 역산하면 4월 26일이다. 다만 1987년 마지막 개헌 당시와 달라진 시대상황 등을 감안해 공고 기간을 다소 단축할 경우 몇 일 가량은 유동적일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4월 말, 늦어도 5월 첫주까지 합의 여부가 대선과 개헌안 동시 투표 향배의 마지노선이 될 전망이다.
우 의장의 특별담화에 앞서 그동안 개헌 논의를 회피해온 이재명 대표가 전향적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 대표와 지난 3일 통화 내용을 전하며 "총리를 국회에서 뽑고 책임지는 '책임총리제'와 경성 헌법을 '연성 헌법'으로 고쳐 개헌 요건을 완화하는 두 가지를 얘기했다"고 말했다.
우 의장 역시 "제가 (오늘 개헌담화)얘기하기 전에 여야 정당의 지도부와 여러 차례 논의했고, 지도부 안에서도 개헌 관련해 서로 공유하고 이런 제안을 하게 된 것"이라고 거대 양당과 물밑 조율을 거쳤음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개헌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 대표 공략의 두 축 이 사법리스크와 함께 개헌이었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서도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선 백가쟁명식으로 여러 주장이 혼재돼있다. 야권에서도 차기 대통령의 임기단축과 연임 가능 여부에 관해선 여러 목소리가 나와 조율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결국 이재명 대표가 개헌 현실화를 위한 핵심 키를 쥐고 있다고 평가한다. 의회 과반 다수당 수장이자 유력 대선 주자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우 의장이 이날 개헌 특별담화를 결심한 것은 이 대표 측과 사전 교감을 이룬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의장이 개헌 논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이 대표가 입장 표명에 나설 수 있는 판을 깔아줬다는 해석이다.
국회의장실 한 관계자는 "의장께서 오늘 발표 전에 그 정도의 정지 작업 없이 이 회견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지도부들과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서는 촉박한 타임 스케줄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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