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조기 대선이 유력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명태균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선 구도에도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여권의 주요 주자들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의혹과 얽히면서 대선판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자, 명 씨 의혹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세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이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특검법의 핵심은 윤 대통령 부부가 명 씨를 통해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다수의 여당 의원들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 씨 사이의 녹취록,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연일 살라미(쪼개기)식으로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검찰이 지난달 18일 명 씨 사건을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하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추가 녹취록 내용에 따라 경선 판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특검법을 추진하는 것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새로운 공격 지점을 만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한동안 잠잠했던 명 씨 의혹을 다시 부각하며 여권을 압박하는 것.
뚜렷한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오세훈·홍준표 시장 등 주요 대선 주자들이 명 씨 의혹과 엮이며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2월 넷째 주 전국지표조사(NBS)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 지지율은 NBS에선 2%포인트(p) 하락한 6%, 갤럽에선 1%p 빠진 3%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 명 씨에게 비공표 여론조사를 부탁하고, 후원자 김 씨를 시켜 여론조사 비용 3300만 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달 28일 YTN라디오에서 "후원회 회원 중 1명이 저도 모르게 한 일"이라며 "명태균은 2021년 2월 중순에 끊어냈다"고 말했다.

홍 시장 또한 측근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털끝만큼도 관련 없으니, 무제한으로 수사든 조사든 마음대로 해보시라"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권 주자들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명 씨의 추가 폭로가 나올 경우 여권 전체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면 명 씨와 연루되지 않은 후보들은 반사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사법 리스크가 없다는 점을 강점으로 삼아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섰다.
대선 경선이 불과 몇 주 안에 진행돼야 하는 만큼, 차기 대선 보수 진영 1위 김 장관이 우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김 장관은 과거 '김구 일제시대 국적 논란' '도지삽니다' 발언 등으로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김 장관의 지지율이 2월 둘째 주(12%)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여권 일각에서는 본선 경쟁력을 고려해 한 전 대표가 부상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한 전 대표는 낮은 지지율(NBS 5%, 갤럽 4%)과 당내 반발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한 전 대표는 두 달여 잠행을 깨고 이날 연극 관람을 계기로 정치 행보를 재개한다. 5일에는 최근 출간한 저서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를 열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지율 흐름을 견인해야 할 주요 후보군이 예고된 악재에 반복적으로 휘말리는 형국"이라며 "이제는 후보들 모두 리스크 관리와 국면 전환을 준비하고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명태균 이슈에 화력을 집중하며 조기 대선까지 끌고 갈 것"이라며 "녹취록 논란이 '실익 없는 소모전'으로 이어질 경우, 여권 지지율에도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