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2·3 계엄사태 당일 밤 명망있는 여권 인사로부터 자신에 대한 체포조 투입 사실을 미리 들었다고 고백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이 황당했지만, 2024년에 계엄령을 내는 건 안 황당했겠느냐"고 회상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출간된 자신의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 한동훈의 선택'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 전 대표는 계엄 저지 메시지를 낸 직후인 계엄의 밤 평소 알고 지내던 명망 있는 여권 인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여권 인사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 대표는 절대로 체포되면 안 된다. 체포되면 정말 죽을 수 있다. 그러니 국회로 가지 말고, 즉시 은신처를 정해서 숨어라. 추적되지 않도록 휴대폰도 꺼놔라. 가족들도 피신시켜라. 신뢰할 만한 정보이니 허투루 듣지 말고 꼭 그렇게 하시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한 대표는 계엄이 선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급박한 시점에서 실없는 소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를 해치고 싶었다면 차라리 누군가를 사주하지, 비상계엄까지 선포해서 할까 싶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죽이려 한다는 말은 황당하고 허황됐지만, 2024년에 계엄령을 내리는 건 안 황당한가 싶었다"며 "유튜버 김어준 씨가 계엄령이 내려졌을 때 나에 대한 사살 계획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그 뉴스를 보고 12월 3일 밤에 들었던 경고와 같은 얘긴가 싶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계엄 당일 당사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의 의견을 대립했던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추경호 원내대표와 몇 가지 의견차이가 있었다. 추 원내대표는 중진 의원들이 당사로 올 테니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했다"며 "나는 당 대표인 내 결정(계엄 반대 입장)을 따라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계엄 다음 날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과정에서 대통령이 먼저 '국회 해산'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돌이켜보면 당시 대통령의 발언 중 특이했던 점이 한 가지 있었다"며 "대통령 자신이 국회를 해산할 수도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고 말한 대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참석자 중 누가 국회 해산에 대해 먼저 말한 것도 아니었다"며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에는 1987년 개헌 이후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이 없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 면담은 대통령의 발언이 주를 이뤘으며,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는 등의 폭거를 계속한 상황 전체를 계엄령을 발동할 수 있는 '전시 또는 사변에 준하는 상황'으로 봤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는 자신이 계엄을 하게 된 중요한 이유라고 밝힌 부정 선거 의혹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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