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리히용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난달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때 '김정은 배지'(초상휘장)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김정은 배지'가 북한의 외교 행사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배지는 아직 북한 내부에서도 널리 보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는데, 북한이 푸틴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접견 간부에 배지를 착용시켰을 가능성이 8일 제기된다.
북한 매체에서 김정은 당 총비서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가 처음으로 포착된 것은 지난해 6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에서다. 주석단 참석 간부 전원이 김 총비서의 초상휘장을 가슴에 달고 나오면서다.
초상휘장은 일반 주민들부터 최고위층까지 반드시 가슴에 부착해야 하는 김씨 일가 우상화의 상징이다. 세부적으로는 김일성 주석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 두 선대 지도자의 얼굴이 같이 들어간 배지가 있다.
김 총비서의 얼굴이 들어간 배지는 그가 집권 10년을 넘기면서도 공개석상에서 한 번도 식별된 적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처음 존재가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연말 전원회의에 참석한 간부들도 '김정은 배지'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전원회의 외에 별도의 공개활동 때는 간부들이 이 배지를 착용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간부들이 행사의 중요도에 따라 배지를 달리 착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또 간부들 외에 일반 주민들이 '김정은 배지'를 착용한 모습은 한 번도 식별된 적이 없다. 이를 두고 한 탈북자는 "'김정은 배지'가 지금은 권력을 상징하는, 아무나 받을 수 없는 배지라는 뜻"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간부사업을 담당하는 리 비서보다 외교 활동이 잦은 최선희 외무상은 최근 만수대의사당에서 라오스 외무성 대표단과 담화를 나눌 때 김 총비서가 아닌 선대 지도자들의 얼굴이 담긴 배지를 착용했다. 북한의 최대 우방인 러시아의 지도자를 만날 때와 다른 외교 행사의 의전이 다르다는 분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푸틴 대통령이 리 비서를 크렘린궁으로 초대해 면담하는 각별한 대우를 한 만큼, 리 비서도 최대한의 예의를 갖춘다는 의미로 '김정은 배지'를 착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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