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앞도 '지역소멸'…'미니카 공장장'의 반전

[지방지킴] 비영리단체 크크크 차현 대표
주민 참여 '자동차 마을' 조성 상권 부활 '날갯짓'

지난 1일 울산 양정동에 위치한 '미니카 1공장'에서 만난 비영리단체 크크크 차현 대표.2025.4.1./뉴스1 김세은 기자
지난 1일 울산 양정동에 위치한 '미니카 1공장'에서 만난 비영리단체 크크크 차현 대표.2025.4.1./뉴스1 김세은 기자

편집자주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 지방 소멸을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든든한 이웃을 응원합니다.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위치한 이곳은 출퇴근 시간대만 되면 파란색 근무복 차림의 현대차 직원들로 가득하다.

공장 정문에서 큰길을 건너 골목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대규모 공장이 있는 ‘특수 상권’이지만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하다.

주 소비층인 현대차 직원들의 발길도 뜸해지면서 이곳 상인들은 하루하루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한 식당 주인은 “밤샘 근무가 있었을 때는 야간 근무자들이 아침에 밥 먹으면서 소주도 곁들이기도 했는데, 이젠 교대 시간만 되면 여기를 빠져나가기 바쁘니 찾는 손님이 적다”고 토로했다.

지자체가 도시재생사업으로 37억원을 들여 이곳에 ‘양정 자동차 테마거리’를 조성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이처럼 쇠락의 길로 빠진 양정동을 변화시키겠다는 각오로 둥지를 튼 사람이 있다. 비영리단체 ‘크크크’ 대표 차현 씨(41)다.

자신을 ‘공장장’이라고 소개한 차 씨는 지난해 3월 현대차 공장 맞은편 상가에 ‘미니카 1공장’이라는 작은 가게를 열었다.

본문 이미지 - 지난 1일 찾은 울산 양정 자동차테마거리는 인적이 없어 한적했다.2025.4.1./뉴스1 김세은 기자
지난 1일 찾은 울산 양정 자동차테마거리는 인적이 없어 한적했다.2025.4.1./뉴스1 김세은 기자

차 씨는 이곳에서 RC카 판매도 하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재미있는 일을 벌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자동차’를 주제로 RC카 레이싱 대회, 제1회 양정 차 축제 등을 열었다.

또 식당가를 돌며 마을 지도를 만들고, 테마거리 일대에 야외 방탈출 '더퍼스트타임머신'을 유치시켰다.

차씨가 원래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라고 한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사라져 가는 마을’이었다.

차 씨의 고향은 댐이 건설되면서 물에 잠겼다. 마을이 사라지는 경험을 겪고 나니 자연스레 지역 소멸 문제도 피부로 와닿게 됐다. 차 씨는 이곳 양정동도 지역 소멸의 예외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미래에는 현대차 공장에 사람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많이 투입될 수도 있다. 지금도 퇴직자보다 신입 채용이 적은데, 이대로 가면 마을이 점점 사라질 거란 주민들 사이에서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울산의 로컬 콘텐츠는 산업 자원이다. 차 씨는 울산의 자동차 산업을 어떻게 문화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 고민해 왔다. 그렇게 생각해 낸 게 바로 ‘자동차 마을’이다.

본문 이미지 - 양정 자동차마을 선포식이 지난달 양정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렸다.(울산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양정 자동차마을 선포식이 지난달 양정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렸다.(울산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시작은 ‘맨땅에 헤딩’ 같았다. 차 씨는 로컬 브랜드라는 용어가 생소한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그러다 뜻이 맞는 주민들과 지난 2월 ‘양정 자동차마을 조성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최근 양정동에서 열린 ‘자동차 마을 조성 선포식’도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다.

올해는 양정 자동차 테마거리에 ‘미니카 1공장’과 같은 로컬 브랜드 2곳을 입점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낡은 모텔을 개조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꿈도 있다.

차 씨는 이번 자동차 마을 조성의 핵심은 ‘주민 참여’라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사업을 위해서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주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북구의회는 지역 최초로 ‘도시재생 사후관리’ 조례를 제정했다.

차 씨는 “자동차 마을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함께 하는 마을 주민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다”며 “몇 년 뒤에는 자동차 테마거리를 찾아오는 방문객도 즐겁고, 활기도 넘치는 마을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 주도 프로젝트이다 보니 예산의 한계가 남아 있다. 자동차 산업의 역사가 담긴 양정동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기업이나 지자체가 함께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는 게 차 씨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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