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최근 울산 최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상습 학대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매달 인권 실태를 점검하는 ‘인권지킴이단’마저도 학대 의심 사례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 내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5인 이상 11인 이하의 ‘인권지킴이단’을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24일 울산 북구에 따르면 현재 A 재활원 인권지킴이단은 내부 단원 2명, 외부 단원 4명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내부 단원은 시설 이용자와 시설 직원 등 2명이며, 외부 단원은 장애인 인권 전문가, 북구 주민, 보호자 등 4명이다.
월 1회 진행되는 점검에는 외부 단원만 참여할 수 있는데, 이용자 수가 179명에 달하는 A 재활원 규모에 비해 외부 단원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A 재활원의 외부 단원 4명은 생활실 12곳을 월별로 한 곳씩 순회하며 인권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즉 시설 이용자 1명당 연 1회씩만 점검을 받는 셈인데, 이는 인권지킴이단 운영 최소 규정에 불과하다.
인권지킴이단은 점검 시 이용자와 면담하거나 반응을 관찰하며 ‘인권상황 점검표’를 작성한다.
점검표를 통해 ‘체벌이나 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지’,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관찰 내용을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A 재활원 이용자 대다수가 중증장애인으로 명확한 의사 표현이 어려워, 점검표 작성만으로는 피해 사실을 확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구는 매달 작성하는 점검표에서 특이 사항이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경찰 조사 결과 한 달간 녹화된 CC(폐쇄회로)TV 영상에서 500여건의 학대 의심 정황이 드러났다.
관할 지자체인 북구는 인권지킴이단 운영 상황에 대해 수시로 점검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하지만 지난 2023년 북구 행정사무감사자료에 따르면 인권지킴이단 점검 시 두 차례 내부 단원이 점검, 입소자 연 1회 이상 점검 미실시로 시정한 바 있다.
현재 A 재활원 학대 피해자 29명 중 24명이 현 시설에서 생활하기를 원하는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실효성 있는 인권지킴이단 운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구의회 강진희 의원은 뉴스1에 “점검만 철저하게 해도 학대 정황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형식적으로 운영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북구의회에서도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 재활원 생활실 CCTV를 통해 시설 이용자 29명을 상대로 폭행·학대를 가한 생활지도원 20명을 확인해 조사하고 있다.
울산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경찰 조사 이외에 정서적·경제적 학대 사례도 포함해 피해자 수를 총 41명으로 보고 있다.
울산시는 이번 사건과 관련 관내 장애인 거주시설 10곳을 대상으로 특별 인권 실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오는 3월부터 전국 109개 50인 이상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해 지자체와 합동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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