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뉴스1) 최대호 기자
국가 경제대표라는 각오로 다녀왔습니다.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보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꺼낸 첫마디다. 그는 지난 18일~24일 5박 7일간 스위스에서 열린 2025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출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귀국하던 터였다.
경기도지사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도 이례적인 데다, 회견 주요 내용 또한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과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한 자신의 만의 각오를 피력하는 것이었다.
조기 대선 상황 시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엔 "수레를 말 앞에 둘 수는 없다"면서도 불법 계엄과 관련해 정권 교체 당위성을 강조했고, 자신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에는 "여론조사검증위원회가 아니라 민심바로알기위원회가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지난 13일 수원시의 한 설렁탕집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 자리에서는 "정치는 국민을 실망시키고, 경제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며 △조속한 '슈퍼 민생 추경' 추진 △'트럼프 2기 대응 비상 체제' 즉시 가동 △기업 투자심리 회복 등 '대한민국 비상 경영 3대 조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도지사 회견'임에도 '경기도정'이 아닌 '대한민국 경제'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이때도 대선 출마에 대한 즉답은 피했지만, 12·3 계엄 사태 이후 그의 행보는 이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모양새다. '경제 재건'을 내세우며 '잠룡'이 아닌 '주자'로서의 이미지 각인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경기도백이 아닌 대선 주자로서 김동연의 경쟁력은 어떨까.
김 지사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또 2017년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바 있다. 경제전문가로서의 계엄·탄핵 정국에서 기인한 대한민국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역량을 갖춘 정치인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당장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도 국내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해 세계 경제전문가들에게 대한민국 신뢰도를 향상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행정 능력 측면에서도 경기도지사직 3년 동안 기후행동·기회소득·360도 돌봄·경기패스 등 자신만의 대표 정책을 성공리에 정착시키는 등 '행정 수반' 자격 검증에도 부족함 없는 면모를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의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긍정 평가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여기에 '중도 확장성' 또한 그의 최대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지사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민생지원금 이슈만 봐도 '모든 국민 보편 지원'이 아닌 '취약 계층 선별 지원'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최근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 속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은 김 지사에겐 득이다. 김 지사가 민주당에 '민심 바로 알기' 쓴소리를 한 배경으로도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3월 중 예상되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는 2심 재판부가 1심과 같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형을 선고할 경우 '대선주자 김동연'의 주가는 한층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실제 이 사건 1심 선고 당시 민주당 내에선 '주명야동(낮에는 친명 행세를 하고 밤에는 동요한다)'이 언급됐고, 그때 나온 '대선 플랜B'에 김 지사가 주요하게 거론된 바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대중적 인지도 부족과 당내 지지 기반이 미약한 점이다.
인구 1400만 경기도의 수장으로 3년을 헌신했지만, 역대 경기도지사가 그랬듯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국민적 인지도는 미미하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실시(무선 전화면접조사·상세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김동연 지사를 선택한 이는 1%에 불과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는 35%로 1위를 기록했다. 이 대표가 건재한 상황에서 김 지사의 대선 주자 지지율을 상승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당내 지지기반이 미약한 것은 김 지사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지사는 지난 2021년 새로운물결 창당을 통해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민주당 구성원이 됐다. 이후 2022년 경기도지사로 출마해 당선했다. 당시 소위 '이재명의 사람들'이 그를 도왔지만, 도지사 입성 후 이 대표 측 인사들을 주변에 두지 않았다.
이후 민주당은 이 대표 체제로 집중됐고, 원내에 '친김동연계'로 꼽을 수 있는 인사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 지사가 전해철 전 국회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등 친문계 인사들을 줄줄이 영입한 것을 두고 당내 세력 확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해철 전 의원은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 '혜경궁 김씨' 트위터 의혹을 제기하며 이 대표 부부를 곤경에 빠트린 바 있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친문계=비명계'라는 인식 선상에서 보면 김 지사가 친문계 구심점이 돼 대선을 준비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친문계 적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주자로 거론되고 있고, 민주당 4선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김 지사의 세 확장에 난관이 예상된다. 이는 김 지사의 조기 대선 등판론에 '신당 창당'이 따라붙는 배경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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