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아이들 낮잠 시간이었는데…자고 있는 애들 양쪽으로 안고 업고 나왔어요."
광주 광산구 신가동 한 직장 어린이집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난 31일 오후.
화재 여파로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뿜어나오자 어린이집 원생 49명과 선생님 16명이 대피하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
현장 일대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주차장부터 4층 건물 외벽 모두가 불에 그을린 상태였다.
7살반 담임 선생님인 A 씨(40대·여)는 "폐쇄회로(CC)TV를 통해 불꽃을 확인했다"고 아찔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오후 1시까지 점심 식사를 한 후 아이들은 잠이 들었고, 선생님들은 CCTV를 통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다른 업무를 진행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2층 유리창 쪽에서 희미하게 검은 연기가 일었다.
이상함을 감지한 선생님들은 교실 안에 있는 CCTV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순간적으로 불꽃이 이는 게 보였다고 한다.
당시 0~4세 아이들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5~7세는 3층 강당에서 최근 빈번한 산불에 대비한 안전 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위험함을 느낀 선생님들은 곧바로 윗층의 선생님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 달려갔다.
깊은 잠에 든 아이들을 깨워 안거나 업어 재빠르게 어린이집을 빠져나왔는데 양쪽으로 아이를 안아든 선생님도 있었다.
실제 어린이집 내부는 낮잠 이불이 널브러져 있어 당시 급박함을 짐작케 했다.

평소 재난 교육을 할 때 어린이집 건너편의 명진고등학교로 대피하지만 외부에 있을 경우 혹시 모를 폭발 등에 대비해 선생님들은 인근의 부동산과 식당으로 아이들을 옮겼다.
상황을 인지한 가게에서도 흔쾌히 아이들을 받아 보살펴줬다.
강당에 있던 5~7세 아이들은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입을 막은 채 평소 소방 훈련을 받은 대로 일사분란하게 차분히 빠져나왔다.
선생님들의 재빠른 대처와 아이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원생 모두 대피했고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A 씨는 "평소 교육 덕분인지 아이들이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고 입을 막고 차분히 걸어나왔다"며 "급한 상황이었는데 놀라지도 않고 대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며 "주변 상인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5세반 학부모 B 씨는 "인근을 지나던 중 연기를 보고 곧바로 달려왔는데 선생님들이 갓난 아이들을 들고 뛰어나오고 있었다"며 "이미 아이들 90%가 빠져 나온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오후 1시 45분쯤 발생한 불은 소방당국에 의해 40분 만에 꺼졌다.
대피 과정에서 선생님 1명과 4층 병원 기숙사에서 휴식을 취하던 간호사 3명, 불을 끄던 병원 관계자 3명 등 총 7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당국은 건물 1층 주차장 인근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경찰과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