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안동=뉴스1) 남승렬 김대벽 기자 = "며칠째 하늘이 뿌옇더니. 석보에서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돌아가셨다는데, 불이 빨리 꺼져야 마음이 놓일 텐데…."
엿새째 이어지는 의성발(發) 대형 산불로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의 일상까지 무너지는 모양새다.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영양군 석보면에서 20여㎞ 떨어진 일월면 일대는 27일 잿빛 연기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월면에 사는 주민 A 씨(70대)는 "아직 불이 일월까지는 번지지 않았지만 석보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희생됐다고 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일 년 고추농사 준비도 못 한 채 하루 종일 TV 뉴스만 보고 있다"고 했다.
A 씨를 비롯한 주민들은 낮에는 집에서 시간을 보낸 뒤 밤에는 마을회관에서 지내는 게 벌써 나흘째다. 혹시 모를 산불 확산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그는 "불길이 만약 해발 1219m 일월산까지 옮겨붙으면 그야말로 전쟁통이 될 것"이라며 "비라도 쏟아져 빨리 불이 꺼지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안동·예천에 있는 경북도청 신도시의 하늘도 며칠째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잿빛으로 뒤덮여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신도시 일대에서는 검은 재가 사방으로 날아다녀 평소 안개가 자욱할 때보다 시야 확보가 더 어려운 그야말로 '잿빛 도시'를 연상한다.
출근 시간이지만 거리에는 인적도 보이지 않는다.
전날 경북 북부지역 초·중·고교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국립경국대 등 대학들도 일제히 휴업에 들어가 거리가 더욱 한산한 상황이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날 오전부터 메마른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번지면서 불길이 안동 시내로 점점 접근하고 있다. 안동은 산불 피해에 이어 단수까지 발생해 주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시로 울리는 대피 문자에 경북 주민들의 불안감과 걱정 커져만 간다. 경북 북부지역에선 이번 산불로 주민 21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경북도청 신도시 거리에서 만난 B 씨는 "거리의 공기가 좋지 않고 휴교령으로 가족 모두 집에 머물러 있다"며 "생전 처음 겪는 상황이어서 무섭고 두렵다"고 말했다.
영덕과 청송에서도 단전과 단수, 통신 장애 등이 속출해 주민들은 몇초라도 빨리 불이 꺼지고, 하루빨리 일상 복귀를 바라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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