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뉴스1) 강정태 기자 = "힘들다는 표현도 안 하고 궂은 일하던 애인데, 일 만하다 갔어요. 우리 애 어떻게 해요. 우리 애 어떻게…"
23일 오전 경남 산청군 산청장례식장. 전날 산청 산불 진화 작업 도중 숨진 30대 공무원 강모 씨와 산불진화대원 3명의 시신이 임시 안치된 장례식장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강 씨 어머니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넋이 나간 표정으로 "우리 애 33살밖에 안 됐어요. 잠 안 자고 공부해서 공무원 되면 이런 일 하다 죽어야 합니까. 아니잖아요. 우리 아들 살려내라"며 강 씨의 이름을 연신 부르면서 오열했다.
창녕군 산림녹지과 소속 공무원인 강 씨는 전날 창녕군 산불진화대원 8명과 산청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산청 구곡산 7부 능선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갑작스러운 역풍에 의해 고립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 강 씨는 4년 차 녹지직 공무원으로 2021년 10월 임용 당시 창녕군 산림녹지과로 발령받아 근무를 해왔다.
강 씨 어머니는 "아들이 지난 3년간 담당 과에 남성 직원이 적어 산불이 날 때마다 출동하고, 지난해 산불이 많이 발생했을 때는 출동했다가 집에 잠시 오고 다시 바로 나가고, 24시간 근무도 했다"며 "이번에는 당직도 아니었는데 당직을 바꿔주고 올라갔다가 이렇게 됐다"고 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던 강 씨는 군청에 비해 일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 도청 근무를 지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경남도청 전입을 위한 시험과 면접까지 마친 뒤 오는 28일 최종 발표만 남겨두고 변을 당했다.
강 씨 아버지는 "군대에서 전역 앞두고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들이 이제 산에 그만 다니고 도청 가서 일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됐다"고 오열했다.
강 씨의 유족은 강 씨의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강 씨의 아버지는 "산불이 발생하면 큰불은 헬기로 진화하고 산불진화대원들은 잔불 정리만 하는데 아들이 어떻게 그 큰불이 나고 있는 높은 곳까지 올라갔겠냐"며 "경찰도 공무원들도 그렇게까지 올라갔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말단 공무원이다. 분명히 밑에서 누군가한테 지시받고 올라갔을 것인데 이게 지금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지도 않고, 책임자도 불분명한 상태"라며 "소방관도 아니고, 전문 인력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무리하게 투입됐는지에 대해 진상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강 씨와 진화대원 3명에 대한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들에 대한 장례는 창녕군 창녕서울병원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구체적인 장례 절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합동분향소는 창녕군민체육관에 설치되며, 조문은 24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
지난 21일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산림 당국은 헬기 31대, 인력 2243명, 차량 217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산불 진화율을 65%를 보인다. 전체 화선은 42㎞로 이 중 15㎞를 진화하고 있다. 화재 영향 구역은 1362ha로 추정된다.
인명피해는 강 씨와 진화대원 3명이 숨지고, 진화대원 5명이 다쳤다. 이외에도 대피하던 주민 1명이 연기흡입으로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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