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뉴스1) 윤주영 기자 = 연세대는 2023년 국내 최초 IBM 상용 양자컴퓨터 '퀀텀 시스템 원'을 도입했지만, 처음부터 구체적인 방향성을 정하진 않았다. 이를 첨단 바이오 연구 인프라로 기획한 인물은 암 연구 권위자인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이다.
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맞춰 질병 예후를 예측하고, 종양 인자인 단백질을 무력화하는 게 치료 지향점이다.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초고속으로 계산하는 양자컴퓨터만이 신약 연구개발(R&D)을 혁신할 수 있다고 정 단장은 강조한다.
지난달 27일 인터뷰를 가진 정 단장은 연세대의 양자 연구동 '퀀텀 콤플렉스' 현황과 기술 도입 배경을 공유했다.
그는 "실제 치료해보니 암 1기에서 돌아가시는 분도 있고, 돌이킬 수 없다는 4기에서도 생존하는 분들이 있다"며 "정확한 진단 표준은 환자의 생물학적, 즉 유전적 특성으로 정립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위암 환자의 면역관문억제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32개 유전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자가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 성장을 저지하는 방법론이다.
하지만 고전 컴퓨터·인공지능(AI) 기반 연구로는 상용화에 필수적인 속도·비용 절감이 불가능하다. 유전체 기반 신약의 효능을 상당 부분 타협해도, 기존 방식으론 개발에만 평균 17년·최소 3조 원 비용이 든다. 양자컴퓨터로 눈을 돌린 이유다.
정 단장은 "고전 컴퓨터가 여러 변수를 순서대로 계산한다면 양자컴퓨터는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한다"며 "질병 예후의 변수, 즉 유전적·임상적 특성의 가중치를 빠르게 최적화한다"고 설명했다.
신약 후보 물질의 발굴·효능 향상에도 양자컴퓨터는 유리하다. 표적 단백질 구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결합력이 높은 후보 물질을 찾을 수 있다.
이어 "무력화해야 할 표적 단백질은 일종의 레고 블록이다. 신약 물질 탐색은 여기에 붙을 수 있는 수십억 개 블록을 찾는 것"이라며 "기존 컴퓨터는 후보 물질을 일일이 결합해 테스트했다면, 양자컴퓨팅은 이같은 시퀀싱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가 최근 완공을 알린 양자컴퓨터 연구동 '퀀텀 콤플렉스'는 우선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내 제약 기업들에게 이러한 연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학교 자체적으로도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을 추진, 향후 축적된 검체 데이터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정 단장은 "첨단 기술에 민감한 중소·스타트업이 주로 관심을 보이지만, 신중론을 펼쳐온 제약 대기업들도 요새 R&D 실무진 선에서 협력을 요청해 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내년에는 학교에서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신약 개발 논문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AI·슈퍼컴퓨터 기반 저분자 화합물 신약 개발에 양자컴퓨팅을 적용, 어떤 방식으로 개발이 가속하는지 담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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