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출국 직전, 휴대전화를 떨어뜨려 고장이 났다. 출장 일정부터 취재 자료까지 모든 것이 휴대전화 안에 있던 터라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급히 노트북으로 검색해 보니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제미나이가 "공항 내 통신사 로밍 고객센터에서 대여폰을 빌릴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이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1층과 3층에 위치한 4곳의 로밍센터를 모두 방문했지만, 휴대전화 대여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출국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와 모든 걸 포기하고 탑승 게이트로 향하는 길에 전자제품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고민할 틈도 없이 들어가 갤럭시 S25를 집어 들었다.
다행히 모든 면세 쿠폰을 적용해 결제하고 보니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공항 면세점에서 사는 게 약 20만 원 저렴했다. 뜻밖의 득템이었다.
탑승을 기다리며 데이터를 이전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도 갤럭시 모델이라 쉽게 연락처와 사진이 옮겨졌다. 구글 계정에 로그인하니 플레이스토어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앱)들이 자동으로 다운로드됐다.

이번 위기에서 가장 유용했던 서비스는 '카카오톡 톡서랍'이었다. 대화 내용, 사진, 동영상, 파일, 연락처 등을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기능이다. 새로운 휴대전화에서 카카오톡 인증을 거친 후 톡서랍 데이터 복원을 누르니 2년 전 메시지부터 출장 자료, 단톡방 대화까지 모두 복구됐다.
그렇게 일본 출장을 무사히 마쳤지만, 한국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국내 휴대전화 번호가 정지된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KT(030200) 앱에 접속했더니 일시 정지 해제에 본인 인증을 요구했다. 그런데 인증 방식이 '문자로 발송된 인증번호 입력'이었다. 번호가 정지된 상태인데 어떻게 인증을 받으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주말 내내 정지를 풀지 못하고 평일 아침 대리점에 방문해 해결했다. 원인은 eSIM(듀얼 유심) 기능 때문이었다. 새로운 유심을 넣을 때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하는데, 출국에 바빠 본인 확인 문자를 받기도 전에 일본 유심으로 교체한 것이 문제였다. 시간 내 본인 확인을 하지 못해 자동으로 번호가 정지된 것이다.
또 자급제 폰을 구매한 뒤 국내 유심을 잠시 넣었다가 곧바로 해외 유심으로 교체하면 대포폰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어 번호가 정지될 수도 있다고 했다.
출장길에 휴대전화가 고장 난다면 다음을 기억해야 한다. 공항 면세점에서 최신 갤럭시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다. KT 공항 센터에 대여폰 서비스는 없다. 자급제 폰에 기존 유심을 사용할 때는 본인 확인 문자에 즉시 응답해야 한다. 그리고 업무용 카카오톡 공유가 잦다면 '톡서랍 구독'은 출장 준비물 리스트에 꼭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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