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페인트 업계가 이차전지(2차전지) 등 신소재 양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길게는 10년 이상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한 결실을 보기 시작한 셈인데 일각에서는 기존 케미칼 업체와의 경쟁 구도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페인트 업체들은 최근 이차전지 등 신소재 사업에서 양산화에 성공하는 등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노루페인트(090350)는 경쟁업체들에 비해 양산화를 한발 먼저 성공하며 지난해 첨단 신소재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78.5% 증가했다. 현재 이미 주요 배터리 업체 등에 납품 중이다.
노루페인트는 지난해 이차전지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을 줄여주는 기능성 이차전지 배터리 소재 13종과 수소연료전지 및 수전해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 3종을 공개했다.
이후 거래처를 지속 확보해 현재 총 6종을 납품 중이며 올해 중 추가 양산화를 목표로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내부적으론 올해 관련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화페인트(000390)는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5' 참가 후 주요 거래처 등에서 문의가 늘어 현재 주요 고객사에서 테스트 단계를 밟고 있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올해 중 매출 발생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배터리용 첨가제 △방열·차열 보호 소재 △전력 인프라 보호 특수 도료 솔루션(운영 시스템) 등이 주요 기술로 성능과 안정성을 높인 배터리 소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조광페인트(004910) 역시 지난 2021년 이차전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신산업 다각화를 위해 설립한 CK이엠솔루션의 매출이 올해부터 100억대 이상으로 본격화할 거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용화는 길게는 10년 이상 투입한 연구개발 투자비용의 회수가 시작된 것이란 의미가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더 이상 아닌 셈이다.
그동안 업계는 건설·자동차 등 국내 페인트 전방산업의 성장 정체와 내수 침체, 유가·환율 변동성 등 삼중고를 맞닥뜨린 도료 산업의 대안이 이차전지 등의 신소재라고 보고 연구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사업 초기 단계 특성상 연구개발비 및 고정비 영향으로 적자가 불가피해 매년 영업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조광페인트의 자회사 CK이엠솔루션은 4년 연속 적자를 내며 연결 기준 영업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삼화페인트의 이차전지 연구를 담당하는 삼화대림화학 역시 2023년 116억 원, 지난해 25억 원 적자를 냈다.
산업 특성상 양산화 기간이 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성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 업체별로 맞춤형 소재를 개발해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은 5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소요될 수도 있다고 한다.
페인트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매출 규모는 미미한 편이지만 장기적인 잠재력이 큰 산업"이라며 "10년 넘게 이어진 투자의 결실을 보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차전지 특성상 기존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었다면 고객사 입장에선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며 "품질이나 가격 둘 중 하나는 경쟁사를 압도해야만 하는데, 기존 케미칼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한편 이차전지 산업은 일시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정체하는 '캐즘' 현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상황이다. 1분기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 등 주요 배터리 3사의 1분기 실적도 좋지 못했다.
다만 수요가 많은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늘고 있고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도 전년동기 대비 30%가량 느는 등 일부 수요 회복 조짐도 보이면서 '캐즘'이 해소 국면이란 업계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