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푼은 지금까지 콘텐츠 소비자가 생산자 역할도 하는 소셜 플랫폼을 지향해왔습니다. 하지만 신규 이용자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올해는 그동안 집중하지 못했던 콘텐츠 부분을 강조할 계획입니다."(김형건 스푼랩스 스푼사업본부장)
(서울=뉴스1) 이정후 민경석 기자 = '스푼'은 국내 대표 오디오 라이브 플랫폼이다. 2013년 설립한 스푼라디오가 2016년 3월 라디오 형식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푼을 세상에 내놨다.
스푼은 유튜브와 개인방송 플랫폼을 필두로 한 '영상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오디오 기반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푼과 비슷한 '클럽하우스'가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가진 못했다.
스푼은 그 이후에도 꿋꿋이 토종 오디오 라이브 플랫폼으로 자리를 지키면서 몸집을 키워왔다. 한국, 일본, 대만 등 3개 국가에서 2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2023년에는 매출액 455억 원, 영업이익 6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스푼랩스로 사명을 변경한 스푼라디오는 기존의 스푼을 '오디오 라이브 콘텐츠 플랫폼'으로 다시 포지셔닝하고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와 크리에이터 발굴에 힘을 쏟는다는 전략이다.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스푼의 목표를 김형건 스푼랩스 스푼사업본부장을 만나 들어봤다.
"스푼은 지금까지 '소셜 플랫폼'을 지향해 왔습니다. 이용자의 20%가 직접 콘텐츠를 올리기도 하고 소비하기도 하거든요. 다른 영상 라이브 플랫폼보다 훨씬 높은 비율입니다."
스푼은 라디오처럼 DJ가 실시간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개인방송 플랫폼과 비교선상에 놓이기도 한다.
하지만 스푼랩스는 스푼 내의 콘텐츠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큰 차이점이 없다고 보고 '소셜 플랫폼' 전략을 지향해 왔다. 이는 충성 소비자층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스푼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DJ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공고해지면서 신규 이용자의 유입이 줄기 시작했다. DJ와 팬의 소통이 주를 이루다 보니 새로 참여한 이용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콘텐츠 요소가 부족했다.
김 본부장은 "신규 회원이 유입되는 건 배경지식이 없어도 흥미로운 콘텐츠가 있을 때 가능한데 스푼은 인간관계 중심으로 엮여 있다 보니 신규 유입에 필요한 콘텐츠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소셜 플랫폼의 성격은 유지하되 콘텐츠 부분을 강조하려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경쟁력의 강화는 스푼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플랫폼 생태계의 핵심인 DJ가 자신들의 색깔에 맞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창작하고 운영해야 한다.
이에 스푼은 올해 2월부터 DJ들의 자발적인 기획 콘텐츠 제작을 독려하는 '콘텐츠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스푼만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DJ에게 제작 지원비, 홍보 지원 등을 제공해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현재까지 확보한 우수 사례는 청취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목소리 소개팅'이다. 이는 스푼 내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콘텐츠로, 이와 유사한 콘텐츠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콘텐츠 발굴은 기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추진한다. 스푼의 콘텐츠 소비자와 창작자의 경계가 흐릿한 만큼 기존 크리에이터 풀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과거 외부 크리에이터 영입 정책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경험에서 기인한다.
김 본부장은 "과거에도 외부 영입을 위해 노력했지만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던 플랫폼을 떠나 스푼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것은 어려웠다"며 "스푼에서 방송하고 계신 분들이 우수 사례를 만들어 알리는 게 더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목소리만 활용한다는 점에서 오디오가 주는 장점도 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는 영상 기반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콘텐츠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스푼 역시 이 부분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김 본부장은 "향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에서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하나의 플랫폼에서만 활동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스푼이 가장 먼저 선택받는 플랫폼은 아닐지라도 두 번째, 세 번째로 활동하고 싶은 플랫폼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스푼랩스는 2017년 25억 원 규모의 시리즈A(알토스벤처스, 500글로벌 참여)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2018년 190억 원 규모의 시리즈B(KB인베스트먼트, 굿워터캐피탈, 소프트뱅크 등) 투자를 유치했다.
2019년에는 450억 원 규모의 시리즈C(KB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네이버 등) 투자를 유치하고, 지난해 9월 크래프톤(259960)으로부터 1200억 원을 투자받았다.
◇김형건 스푼랩스 스푼사업본부장 약력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선임연구원(2011~2018년)
△스푼랩스 사업개발팀 리드(2018~2022년)
△스푼랩스 글로벌비즈니스그룹 리드(2022~2024년)
△스푼랩스 스푼사업본부장(2024년~현재)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