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제주도'가 바가지요금을 얼룩진 오명을 씻어내는데 사활을 걸었다. 제주 하면 떠올렸던 '국내의 편리함과 해외여행 같은 이국적 관광 매력'이라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자는 것이다.
제주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해외여행을 대체하는 1순위 국내 여행지로 군림했다. 이 기간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숙박, 렌터카, 식당 요금 등으로 '제주=비싸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했다.
이러한 인식은 '일본보다 비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불만으로 이어졌다. 특히 갈치구이, 고기국수, 삼겹살 등 지역 대표 음식 가격은 여전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바가지' 사례로 회자된다.
이에 심각성을 느낀 제주도는 지난 4일 '가성비 높은 제주관광 만들기' 민관협의체를 출범해 바가지요금·서비스 불만 개선에 나섰다.
가장 핵심이 되는 조치는 업종별 '제주관광 권장가격 가이드라인' 도입이다. 숙박, 렌터카, 외식, 관광지 입장료 등 주요 업종별로 합리적인 가격 기준을 제시해 업소들이 자율적으로 가격 책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외식업계에서는 '가격 명확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협의체는 음식점 외부에 대표 메뉴와 가격을 표시하도록 유도하고 소비자가 입장 전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고가 음식으로 지적된 갈치구이, 고기국수, 흑돼지구이 등 지역 대표 메뉴의 가격 개선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협의체는 일부 업소에서 '2인 이상 주문 필수', '높은 1인분 단가' 등으로 관광객의 불만이 제기된 점을 감안해 △1인 기준 메뉴 개발 △소분 구성 조정 △세트 가격 다양화 등을 유도하기로 했다.
'착한가격 업소' 인증제도도 강화한다. 협의체는 물가 안정과 합리적 가격 정책을 실천하는 업소를 선별해 인증하고, 해당 업소들에 대한 브랜딩 및 온라인 노출 강화를 통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향후에는 제주관광 공식 플랫폼, 지도 앱, SNS 채널 등과 연계해 선택 가능한 믿을 수 있는 업소를 홍보할 예정이다.
반복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축제장 내 바가지요금 문제에는 △행사 전 사전 가격 협의 △메뉴 견본 및 이미지 표시 △신고센터 운영 등 즉시 대응할 수 있는 현장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기로 했다.
특히 다수의 관광객이 몰리는 대표 축제는 표준화한 운영 매뉴얼을 적용해 지역 이미지 실추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협의체 참여 관계자는 "제주는 국내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지만 가격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누적된 것이 현실"이라며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조치부터 차근차근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주 여행객 이탈 현상이 부쩍 두드러지면서 5성급 호텔들은 객실 가격을 20만 원 대로 낮추거나, 각종 프로모션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온라인 숙박 예약 플랫폼(OTA)에서 제주 5성급 호텔 가격을 검색한 결과 4월 중순 주중은 20만 원대, 주말은 20만~30만 원대를 형성했다. 주말 투숙 기준으로 검색해도 대부분 호텔의 예약이 여유로웠다.
해비치제주 관계자는 "3월이 비수기이지만, 올해는 유독 전년 대비 단가가 6만~7만 원가량 떨어졌다"며 "코로나19 당시 내국인들이 제주에 두세 번씩 방문한 이후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광에 대한 무분별한 '폄훼' 등 인식개선도 시급한 대목이다.
민간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2년간 2박 이상 국내·해외여행을 다녀온 여행 애호자 총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제주보다 일본에서 1.5배 돈을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여행 애호자가 지출한 1일 평균 여행 비용은 일본 22만 7000원, 제주 14만 7000원으로 일본이 제주의 1.54배였다.
실제 지출액과 예상액을 비교하면 제주의 경우 차이가 뚜렷하다.
일본 여행 지출은 22만 3000원, 예상 비용은 22만 5000원으로 별 차이가 없었지만, 제주여행 지출(14만 6000원)과 예상비용(17만 7000원)의 차이는 3만 1000원이 났다.
조사 기관 관계자는 "한국 여행객의 일본 여행 선호가 유별나지만 '제주 갈 돈으로 일본 간다'는 소비자의 소리를 겸허하게 듣고 왜 그런 현실이 됐는지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찾아가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