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롯데 시그니엘 부산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부산 '특급호텔 대전(大戰)'에서 롯데 그룹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시그니엘 부산이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롯데호텔은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에서 시그니엘 부산의 개관식을 갖고 정식 영업에 들어갔다. '6성급' 호텔의 명성을 자랑하는 시그니엘이 서울에 이어 두번째로 선보인 곳이다. 부산에선 7년 만에 등장한 럭셔리 호텔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시그니엘 부산에 이어 올해 8월 예정된 그랜드조선 부산까지 개관을 마치면 내로라하는 주요 특급호텔들이 모두 모이게 된다. 시그니엘 외에도 파라다이스, 힐튼, 웨스틴 조선, 파크 하얏트 등 한국관광공사로부터 '5성급'으로 인증 받은 호텔만 현재 7개다.
◇치열한 경쟁 불가피…시그니엘, 시작은 '긍정적'
이들의 경쟁은 그만큼 한층 더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롯데 입장에서도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다. 롯데그룹의 구조개편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코로나19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그니엘 부산의 성공이 절실하다. 이날 개관식에 신 회장과 황각규 부회장, 송용덕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를 비롯한 임원진이 대거 출동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관측이다.
시그니엘 부산의 흥행에 대해선 일단은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겪으며 재조명 되고 있는 특급호텔의 '안전성', '프리미엄' 이미지가 시그니엘에겐 호재로 지목된다.
해외여행길이 막히며 굳은 여행 경비를 국내 특급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는데 사용하는 여가∙소비 문화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여름휴가를 국내 관광∙휴양지에서 보내려는 가족단위 여행객 수요가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 호텔∙리조트업체는 '극성수기'로 분류되는 7월 중순과 8월 중순 사이 부산과 제주, 강원 등 국내 주요 휴양지의 리조트 예약이 100% 채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산 시민들의 롯데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지역내 높은 인지도 또한 시그니엘 흥행에 한 몫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는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을 운영 중이다. 또 부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버지이자 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고향이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 1982년 롯데 자이언츠를 창단하면서 초대 단장을 맡은 바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 프로야구단에 대한 시민들의 감정은 팀의 성적 등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지만 기본적으로 각별한 '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기업 또한 구단 연고지에서 더 많은 사회환원 활동을 펼치는 등 지역민심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며 "부산에서 롯데가 가진 입지와 시그니엘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결합해 경쟁업체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전망했다.

◇쟁쟁한 경쟁자들 난립…"시그니엘도 쉽지 않네"
하지만 저마다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우고 있는 부산 지역 경쟁자들과의 격전은 시그니엘에게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시그니엘과 불과 500m 떨어져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을 비롯해 파크 하얏트, 웨스틴조선 등 해운대 해수욕장과 관광특구 일대에만 특급호텔들이 즐비하다.
리조트 또한 강력한 경쟁자로 지목된다. 부산 등 주요 휴양지의 경우 호텔과 리조트의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가족 단위나 대규모 단체인 경우가 많은 관광∙피서객은 특급호텔보다 리조트형 숙소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함께 개인의 '만족도'를 더욱 중시하기 시작한 최근에는 가격보다는 안전성, 프리미엄·럭셔리한 서비스와 시설이 중요한 숙소 선택 기준으로 여겨진다.
이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곳이 럭셔리 복합리조트 '아난티 코브'다. 지난 2017년 7월 오픈한 아난티 코브는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단지로 평가된다. 1km가 넘는 부산 동부산 관광단지 해안가를 따라 들어선 아난티 코브는 대지면적만 7만5837㎥에 달하며 바다와 숲 등 자연과 어우러진 경관을 자랑한다.
아난티 코브 내에는 힐튼 부산, 프라이빗 레지던스, 펜트하우스 등 취향과 사정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숙소가 있다. 편의점부터 식당, 카페, 공연장, 면역력 클리닉(닥터 아난티)까지 '없는 게 없는' 아난티 타운도 흥미를 끈다.
동양식 '온천'과 서양식 '풀'이 결합된 실내수영장, 노천온천, 스파 등으로 구성된 '워터하우스'도 아난티의 자랑거리다. 바다를 조망하며 다양한 온천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을 뿐더러 제한 입장으로 시설내에서도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하며 즐길 수 있다.
반대로 특급호텔인 파라다이스 부산은 '가족형 호텔'을 표방하며 복합리조트화에 나서고 있다. BMW 키즈 드라이빙 존, 플레이스테이션 체험존과 키즈 빌리지 등 아동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파라다이스의 다양한 시설과 이벤트는 호캉스 족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복합문화공간'을 내세운 오션풀 루프탑이다. 오션풀 루프탑은 해운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과 함께 휴식과 문화공연, 먹거리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 5월 루프탑을 새단장하고, 문화 공연과 방수도서 대여·시그니처 칵테일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성수기 결전'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초특급 럭셔리'와 '가족·지역 특화'…"만반의 준비 마쳤다"
시그니엘은 '특급 중 특급' 6성 호텔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우는 동시에 가족∙지역 친화적인 시설과 경영전략을 도입해 호텔 대전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부산에서는 최고, 국내에서 두번째로 높은(411.6m) 엘시티 랜드마크타워에 들어선 시그니엘은 '럭셔리의 끝판왕'이라고 평가 받는 호텔 인테리어와 시설,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객실 인테리어는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 전문 디자인 명가 HBA가 완성했다. 260개 전 객실에 해운대의 아름다운 풍광을 아낌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넉넉한 크기의 발코니가 마련됐다. 특히 인근의 미포항, 달맞이 고개, 동백섬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믹 오션뷰를 최대 자랑거리로 내세운다.
이와 함께 시그니엘 서울에서는 성인만 입장이 가능한 투숙객 전용 라운지에 12세 이하 아동도 동반 입장이 가능할 수 있도록 '패밀리 라운지'를 더했다. 호텔 내 별도의 키즈 라운지와 가든테라스도 준비했다.
부산의 '신(新) 랜드마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시그니엘의 입지와 자산을 활용해 시설과 서비스뿐 아니라 '음식 문화'까지, 지역 관광문화를 전방위적으로 주도해 나가겠다는 포부도 드러내고 있다.
김현식 호텔롯데 대표이사는 개관식 축사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의 미쉐린 스타 셰프가 부산의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해 선보이는 독창적인 음식은 지역의 '파인 다이닝'(고급식당)을 재정의하고 미식 문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시그니엘만의 브랜드 시그니처 서비스도 상상 이상의 새로운 럭셔리 호텔을 기대하는 부산 지역민과 방문객의 갈증을 해소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sgk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