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3년 2개월 역대 최장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 8월 이후 최악 수준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과 환율 급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전망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관세 및 환율 등 통상 불확실성으로 기업 심리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체감 경기 지표인 기업경기실사지수가 38개월째 '부정'을 가리켰다.
한국경제인협회는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BSI)가 85.0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BSI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분위기를 지표화한 수치다. 기준선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많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5월 BSI는 지난 4월(88.0) 대비 3포인트(p) 떨어지면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3월 BSI 전망치는 90.8로 잠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두 달 연속 80대를 기록했다.
BSI는 2022년 5월부터 3년 2개월 연속으로 100을 하회, 역대 최장기 연속으로 부진했다. 올해 들어 벌써 4번째 80대 전망치다.
5월 업종별 BSI는 제조업(79.2)과 비제조업(90.8)의 동반 부진이 예상된다. 제조업 BSI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인 2020년 8월(74.9)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총 10개의 제조업 세부 업종 중에선 의약품(125.0)과 식음료 및 담배(107.1)만 호조 전망을 보였고 나머지 8개 업종은 업황 악화가 전망됐다.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57.1), 비금속 소재 및 제품(69.2), 석유정제 및 화학(72.4), 목재·가구 및 종이(75.0),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75.9),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76.2),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78.8), 전자 및 통신장비(94.4) 등의 순이었다.
한경협은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의 경영 악화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통상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제조업 대부분의 업종에서 기업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비제조업 BSI는 올해 1월(84.9)부터 5개월 연속으로 부진했다. 총 7개의 세부 업종 중 여가·숙박 및 외식(142.9), 운수 및 창고(107.7)의 업황 개선이 전망될 뿐 건설(72.7), 전기·가스·수도(73.7), 정보통신(87.5), 도ˑ소매(90.4), 전문 및 과학ˑ기술과 사업지원서비스(92.3) 업종은 부진 전망이 우세했다.
5월 조사 부문별 BSI는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내수(87.2)·수출(89.1)·투자(87.2)는 2024년 7월 이후 11개월 연속 동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출 BSI는 미국의 관세부과 계획 발표 등 글로벌 교역의 불확실성의 확대 등으로 2020년 9월(88.5) 이후 처음으로 지수값이 90선 미만으로 하락했다.
4월 BSI 실적치는 86.4로 조사됐다. 실적치 역시 2022년 2월(91.5)부터 3년 3개월 연속 부진으로 나타났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발(發) 관세 정책과 주요국의 맞대응으로 국제교역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 수출 주력 업종에 대한 투자 촉진 및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기업 심리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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