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국내 가전업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발표한 상호관세 칼바람을 비껴나가 한숨 돌리게 됐다. 백악관은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을 준수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계속 관세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가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TV, 냉장고 등은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관세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리스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국 등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매기는 관세를 비롯해 각종 비관세장벽까지 감안한 '상호관세'를 통해 모든 무역 상대국에 최저 10%의 기본관세를 새로 부과하되, 국가별로 가중치를 뒀다. 주요 국가별 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일본 24%, 베트남 46%, 대만 32%, 인도 26% 등이다. 10%의 기본관세는 5일 0시 1분부터, 더 높은 국가별 관세는 9일 0시 1분부터 부과될 예정이다.
이번 상호관세 발표로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미국향 가전과 TV를 대부분 생산하는 한국 가전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백악관이 멕시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이 USMCA를 준수하는 경우 기존과 같이 관세 면세를 유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케레타로 공장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한다. LG전자는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오븐 등 가전), 라모스(전장) 등 세 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캐나다, 멕시코가 미국으로 반입되는 펜타닐 등 합성마약과 관련해 국경 통제를 부실하게 한다는 이유로 25% 관세를 시행하면서 USMCA를 준수하는 품목에 대해 4월2일까지 관세 적용을 유예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에 25% 관세가 부과될 것을 대비해 생산지를 다각화하거나 최악의 경우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관세는 회피할 수 있지만, 인건비와 원자재 등 생산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LG전자의 경우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세탁기·건조기 생산 공장의 여유 부지에 다른 제품 라인을 증설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고려했다.
결과적으로 USMCA를 준수하는 멕시코산 수입품은 관세 면제가 지속되고, 오히려 한국·베트남산 수입품에 상호관세가 부과되면서 기업들로서는 멕시코 생산 물량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다행이고,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무조건 관세가 낮은 곳에서만 생산하는 건 아니고,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보니 기업마다 전략을 짤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다. 기업들은 앞으로도 관세 정책의 변동성이 큰 만큼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방안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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