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K-방산 리더들이 일제히 아랍에미리트(UAE)로 달려갔다.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방산 전시회가 열린 데다 중동은 세계 무기 시장의 1/3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회장과 부회장,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K-방산' 세일즈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1일(현지 시각)까지 UAE에서 열린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대 규모 방위산업 전시회 'IDEX 2025'에 구본상 LIG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강구영 한국항공우주(KAI) 대표이사 등 K-방산 주요 업체 리더들이 대거 현장을 찾았다.
구 회장은 전시관을 찾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을 직접 맞이하며 장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시스템(L-SAM)을 비롯한 다층 방어 통합 설루션 'K-대공망'을 직접 소개했다.
김 부회장은 UAE 국영 방산업체 엣지 그룹과 방위·우주·조선해양 부문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UAE, 글로벌 방산 기업 관계자와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도 모색했다.
'IDEX 2025'는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글로벌 방산 전시회이자 K-방산 주요 고객인 중동에서 열려 업계 리더들이 대거 출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2019~2023년 전 세계에서 거래된 무기 중 1/3을 중동에서 수입했다.
K-방산 입장에서도 중동은 '큰손'이다. 2022년 UAE를 시작으로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2024년 이라크는 차례로 중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체계 '천궁-Ⅱ'(M-SAM2)를 수입했다. 수출 규모는 UAE 1조 3000억 원, 사우디 1조 2000억 원, 이라크 3조 7000억 원에 이른다.
2013년 이라크와 1조 5000억 원 규모의 T-50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맺은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이 첫 수출계약 대상 역시 이라크다.
중동 시장은 성장 잠재력도 크다. 사우디는 육·해·공을 모두 포함한 대규모 전력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사우디로의 수출 규모가 7조 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9 자주포를 비롯해 K2 전차, 잠수함, 현재 개발 중인 KF-21 등 다양한 제품을 수출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K9 자주포와 K2전차가 최근 엔진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계약 성사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 독일제 엔진을 사용할 때는 수출은 물론 전시회에 참가할 때도 제조사와 미리 논의해야 했다.
K-대공망은 중동시장을 공략할 전략 무기로 평가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진행된 1년 4개월 동안 대공 방어 중요성을 목격한 중동 국가들은 대공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하메드 UAE 대통령이 LIG넥스원 부스를 찾은 것은 대공망에 대한 중동지역의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 기업들은 중거리·장거리 유도무기체계를 포함한 다층 방어시스템을 선보이며 맞춤형 전시 전략을 펼쳤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중동에서 미국 방산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도 K-방산 리더들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앞선 바이든 정부는 UAE와 사우디를 인권침해국으로 지정하고 무기 수출을 통제했다. 하지만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트럼프 정부는 중동으로 무기 수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의 중동 무기 수출이 30%가량 늘었다.
정국 불안도 업계가 발 벗고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방산 수출은 정부 간 협상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정국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정부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동은 왕정국가가 많아 이들과의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점도 방산업계 리더들이 UAE를 찾은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3대 방산 시장 중 하나로,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장"이라며 "정부 컨트롤타워 역할이 약화한 상황에서 업계 리더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 세일즈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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