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한화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1조 원 넘는 금액을 투자해 한화오션(042660) 지분을 추가 취득한다. 그룹 내에서 방산·조선·에너지 사업을 이끄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고 승계 구도를 명확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로봇·반도체 장비 사업을 맡고 있는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도 아워홈 인수를 통해 그룹 내 영역 확대를 시도한다. 자신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푸드테크를 결합한다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사장)는 한화의 금융 분야를 이끌고 있다.
11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주당 5만 8100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총투입 금액은 약 1조 3000억 원이다.
한화오션의 기존 지분 구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23.14%) △한화시스템(272210)(11.57%) △한화임팩트파트너스(9.26%) △한화에너지 및 계열사(2.31%)다. 다음 달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연결 보유 지분율은 기존 34.7%에서 42.01%로 늘어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결 자회사인 한화시스템 지분을 더한 수치다.
이번 한화오션 지분 정리로 방산·조선·에너지 사업을 이끄는 김 부회장의 지위는 한층 강화됐다.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과 조선·해양 사업을 두루 펼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부터 한화오션을 연결자회사로 품고 연 매출 20조 원대의 글로벌 '톱-티어' 방산·조선·해양 기업으로 도약한다.
한화그룹은 꾸준히 방산·조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K-조선에 러브콜을 보내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김 부회장의 방산·조선 분야 내 역할론이 더욱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의 지분을 추가로 매수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임팩트의 한화오션 지분이 아직 약 4.26% 남아 있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대 실적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 여건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추가 매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도 그룹 내 입지를 키우고 있다. 이달부터 한화세미텍(Hanwha Semitech)에 미래비전총괄로 합류했다. 기존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 건설부문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에 더해 담당 계열사를 늘렸다. 김 부회장과 김 사장의 손이 닿지 않는 사업에 모두 관여하는 셈이다.
김 부사장은 단체급식업계 2위인 아워홈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중심으로 1조 5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조만간 인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이 아워홈을 인수한다면 5년 만에 급식·식자재 사업 재도전이다. 지난 2020년 단체급식·식자재 부문인 푸디스트를 매각하고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다. 김 부사장은 단체 급식업의 장점인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아워홈을 인수 리스트에 올려놨다. 역점 사업인 푸드테크를 결합할 수 있다는 점도 아워홈 인수의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실적을 내면서 승계 명분과 자본력을 모두 갖춘 최적의 시기에 진입했다"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부족한 자금 여력이 아워홈 인수의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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