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동희 박기범 기자 = 올해 국내 소형 전기차 시장이 본격 개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아(000270) EV3, 현대차(005380) 캐스퍼 일렉트릭 등 국산에 이어 볼보 EX30, 비야디(BYD) 아토3 등까지 수입차까지 가세했다.
자동차 업계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장이 '가성비' 소형 전기차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신차 판매는 163만5000대로 전년 대비 6.5% 감소하며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 여건 악화와 전기차 수요 둔화가 겹친 결과다.
지난해 연간 전기차(BEV) 판매량은 14만6000대로 전년 대비 9.7% 감소했다. 시장 침투율도 2023년 대비 0.3%포인트(p) 줄어든 9%에 그치며 두 자릿수 달성에 실패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HEV)는 1년 전보다 29.2% 증가한 38만9000대로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20%를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의 평균 판매가격은 5590만 원으로 2023년 6760만 원보다 1000만 원 이상 하락했다. 소형급 신차 출시와 저렴한 중국산 모델 인기,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로 인한 고가 모델 판매 감소 등 영향이다.
실제 3000만~4000만 원대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23년 12.5%에서 2024년 32.8%로 2.6배 증가했다. KAMA는 전기 승용차 수요는 가격경쟁력 중시 성향이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올해 가성비를 앞세운 소형 전기차의 판매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급형 소형 전기차 모델은 지난해 이미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대표 모델이 바로 기아 EV3와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이다.
지난해 7월 출시한 EV3는 기아의 보급형 전기차 야심작이다. 출시 전후로 시장 관심도 뜨거웠다. 보조금 적용 시 3000만 원대 구매할 수 있어 사전 예약만 1만대 이상을 기록했다. EV3는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 510km에 달하는 등 동급 최고 수준의 전기차 기술력을 탑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V3는 출시 반년 만에 판매량도 1만2851대를 기록하며 단숨에 기아의 전기차 주요 판매 모델 EV6(9054대)를 넘어 현대차 아이오닉 5(1만4213대)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 고객 인도를 시작한 캐스퍼 일렉트릭도 약 3개월 만에 8657대를 판매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 소형 전기차 시장은 수입차의 가세로 판매 경쟁이 더 치열할 전망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지난 1월 국내 전기 승용차 출시를 알리며 첫 출시 모델로 '아토3'를 선보였다. 기본 트림 판매가 3150만 원부터인 아토3는 보조금 지급 시 2000만 원 후반대에 구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소 파격적인 판매가를 앞세워 국산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4000만 원대 프리미엄급 소형 전기차도 등장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023년 11월 국내 선보인 EX30을 이달 출시했다. EX30은 경쟁 차종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안전 사양을 탑재했고, 동력 성능도 272마력을 확보했다. EX30의 판매가는 전 세계에서 국내가 제일 저렴하다.
이윤모 볼보차코리아 대표는 "EX30은 유럽 베스트 셀링 전기차"라며 "더 많은 소비자가 EX30을 경험할 수 있도록 론칭 당시 판매가보다 최대 333만 원 할인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기아 EV4, 르노코리아 세닉 이이테크(E-Tech) 등 소형 전기차가 연내 출시 예정이다.

업계는 최근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고객을 위해 맞춤형 서비스도 대거 선보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5 에브리 케어' '2025 기아 e-라이프 패키지'를 출시하고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최대 100억 원의 손해액 지원과 전기차 가격의 최대 55%를 보장해 주는 '잔존가치 보장서비스'를 시행한다. 보증 서비스도 5년 10만㎞까지 확대했다.
KGM은 전기차 배터리에 의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최대 5억원을 보상해 주는 '전기차 배터리 안심 보상 프로그램'과 국내 최장인 10년/100만㎞의 보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외 브랜드에서 3000만~4000만 원대 전기차 신차 출시가 잇따를 것"이라며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성비가 중시되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