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배터리소재 업계가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실적 악화에 빠졌다. 고객사 재고 조정에 따른 공장 가동률 하락이 비용 증가로 이어지면서다. 전방 산업 부진이 장기화하는 만큼 증설 투자 속도를 늦추고 수요 회복을 기다리기로 했다.
3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포스코퓨처엠(003670)은 중국 CNGR과 추진한 전구체 합작법인 지분 취득 예정일을 1년 연기했다.
전구체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중간 원료다.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의 광물을 가공해 생산한다.
앞서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5월 CNGR과 합작법인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를 세우고 경북 포항에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 여파로 사업을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비엠(247540)도 지난해 경북 포항시에 4732억 원을 투자해 증설 중인 양극재 생산 공장(CAM9)의 준공을 2026년 말로 미뤘다.
업계에선 전기차 회복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검토하고 있어서다.
배터리소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이후엔 다시 친환경 차량을 지원하는 정책이 등장할 수 있다"며 "일단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캐즘은 배터리소재 업계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전기차→배터리→배터리소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전반의 부진은 불가피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포스코퓨처엠의 영업이익은 420억 원으로 전년 동기(1095억 원) 대비 61.6% 줄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손실은 306억 원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는 지난해 영업손실은 644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필수 광물의 가격 하락세도 적자를 키우고 있다. 양극재의 핵심 광물인 리튬 시세는 이달 기준 ㎏당 72.78위안으로 전년 동기(86.5위안)대비 15.9% 하락했다. 지난해 5월(105.21위안)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더 크다.
국내 배터리 소재사는 광물 시세 변동에 민감하다. 광물 가격을 판가에 연동하기 때문이다. 판가는 판매하는 시점 당시의 광물 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엔 미리 저렴하게 구매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래깅 효과'를 얻는다. 반면 가격이 급락할 경우 반대 현상인 '역래깅 효과'로 손해를 입는다.
양극재 업계 관계자는 "양극재 출하량 급감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성 개선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올해 출하량은 전년 수준을 크게 하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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