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LG디스플레이(034220)가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을 뒤집고 '깜짝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1400원대 고환율이 6개월째 이어지면서 '강달러 수혜'를 입은 데다, 모바일용 POLED(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출하량이 전년 동기보다 크게 늘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덕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올 1분기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최근 3개월간 180도 바뀌고 있다. 연초엔 1200억 원대 영업손실을 볼 것이란 추정이 많았는데, 2월엔 440억 원 적자(현대차증권)로 폭이 줄었다가 이달에는 106억 원 영업이익(키움증권)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LG디스플레이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점치는 배경엔 고환율 수혜와 모바일용 패널 호조가 깔려있다. 매출의 96% 이상을 외화로 벌어들이는 사업 특성상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뚫고 1500원대를 넘보는 강(强)달러 현상이 뜻밖의 수혜가 됐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1400원대로 치솟은 이후 6개월째 상승세다. 특히 미국발(發) 관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1400원대 중·후반을 횡보 중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개선에 따른 ASP(평균판매단가) 상승 영향이 (실적 개선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시장은 LG디스플레이의 모바일용 패널 출하량이 급증한 점도 실적을 견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모바일용 POLED 패널 출하량이 전년 대비 20% 증가하며 수익성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다수의 고객사가 2분기 물량을 1분기에 먼저 납품받은 점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가 1분기 영업이익을 올리면 2022년 이후 3년 만의 1분기 흑자이자, 2분기 연속 흑자라는 기록을 동시 달성한다. 특히 미국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면서 2분기 실적 전망치도 조정될 여력이 생겼다. LG디스플레이는 46% 상호관세를 맞은 베트남에 OLED 생산 거점을 두고 있어 '관세 폭탄'에 직면했던 터였다.
업계에선 '구원투수'로 투입된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의 매직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환율 등 경영외적 요인이 작용한 부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OLED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바꿔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린 전략이 가시적 성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장 1분기 모바일용 POLED 패널 출하량이 증가한 점이 대표적이다. 정 사장은 지난 2023년 12월 부임 첫 행보로 대형 OLED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재편,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 사업에 힘을 줬다. 그 결과 최대 고객사인 애플을 사로잡으면서 글로벌 중소형 OLED 점유율이 두 배로 급증한 바 있다.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매각한 것도 '신의 한 수'가 됐다. 미중이 125% 초고관세를 쌍방 부과하면서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는데,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정리하면서 원/위안(CNH) 상승으로 중국 공장을 2200억 원 더 비싸게 판매한 효과까지 챙겼다. 매각 대금은 2분기부터 실적에 순차 반영될 예정이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연간 흑자를 달성,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금까지 추진한 활동의 성과들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고 기반이 갖춰지고 있다"며 "앞으로 더욱 안정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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