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명품 시장 거품이 걷히면서 명품 플랫폼 업계가 덩달아 부진에 빠졌다.
특히 1세대 명품 플랫폼으로 불리며 업계를 주름잡던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 마저 매출이 반토막 나고 기업회생에 돌입해 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각 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트렌비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207억 원으로 전년 402억 원 대비 48.51%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2억 원에서 29억 원으로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앞서 트렌비는 중고 명품 시장에 진출하면서 흑자 전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2017년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120억 원으로 전년 250억 원 대비 52%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79억 원으로 전년과 비슷하다. 머스트잇 역시 2011년 창립 이후 연간 흑자를 달성한 적이 없다.
2015년 창립한 발란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발란은 아직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으나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입점 셀러들에게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다.
이로 인해 최형록 발란 대표는 일부 셀러들로부터 형사고발·고소를 당한 상태다.
최 대표는 지난 10일과 15일 셀러들과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만나 현 상황 및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명품 플랫폼 업계가 위기에 빠진 데에는 엔데믹 전환 이후 명품 수요가 꺾이면서 명품 시장 거품이 걷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명품 업계 실적만 봐도 명품 삼대장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제외한 대다수 브랜드의 매출이 감소했다.
2023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최대 실적을 썼던 크리스찬 디올부터 페라가모, 펜디 등 명품 브랜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명품 플랫폼 후발 주자들이 우후죽수 생겨난 점도 위기를 부추겼다. 비슷한 모델과 성격의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발란發 유동성 위기에 이어 실적 악화까지 잇따르자 명품 플랫폼 업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진작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는데 이제 결과가 드러나는 모습"이라며 "향후 업계 어려움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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