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최근 식음료 업계가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대표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라면·맥주·우유 등 일상적인 소비 품목들의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004370)은 지난 17일부터 신라면·새우깡 등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했다. 지난 2022년 9월 이후 2년 6개월 만의 가격 조정이다. 지난해 한 차례 가격을 내렸던 신라면과 새우깡은 이번 인상을 통해 기존 가격 수준으로 복귀하게 됐다.
대표적인 인상 품목은 '국민 라면'으로 꼽히는 신라면이다. 신라면의 소매점 가격은 950원에서 1000원으로 5.3% 올랐다. 또한 너구리는 4.4%, 안성탕면은 5.4%, 짜파게티는 8.3%씩 각각 인상됐다.
오뚜기(007310)도 4월부터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한다. 오뚜기 라면 16개 품목은 다음달 1일부터 가격이 평균 7.5% 인상된다. 이는 2022년 10월 이후 2년 5개월 만의 인상이다. 오뚜기의 대표 라면인 진라면 봉지면은 716원에서 790원으로 10.3%, 용기면은 1100원에서 1200원으로 9.1% 조정된다.

비빔면 시장 1위를 지켜온 팔도 역시 라면류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양식품은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출 중심 구조 덕분에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환율 효과 등으로 가격 조정에 비교적 유연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라면뿐만 아니라 맥주 가격도 오른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는 다음 달 1일부터 카스 500mL 캔 제품을 제외한 국산 맥주 출고가를 평균 2.9% 인상한다. 수입 맥주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이달 1일부터 수입 맥주 1위 제품인 아사히의 출고가를 8~20% 인상했다.
유업계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매일유업은 다음 달부터 컵커피·치즈·두유 등 51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8.9% 인상한다. 인상 품목에는 '바리스타 룰스', '스트링 치즈', '매일두유 검은콩' 등이 포함됐다. 국내 유제품 자급률이 44%에 불과해 수입 의존도가 높다 보니 원가 부담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환율 불안·물류비 증가라는 '삼중고'가 식품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라면과 음료 등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밀·팜유·설탕 등 주요 국제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며 여기에 물류비 부담까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원부자재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식품업계는 달러 강세가 지속될수록 수입 단가 상승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곧 제품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기업들의 잇단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흐름은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2020년=100)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외식 물가가 3.0%, 가공식품 물가가 2.9% 오르며 체감 물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원가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해 왔지만 최근에는 원부자재는 물론 물류비와 인건비·고환율까지 겹치며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가격을 조정한 것으로, 이는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이 직면한 공통된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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