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KG모빌리티 전기 픽업트럭 '무쏘 EV'는 정면에서 보면 픽업보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고가 1740㎜로 전작인 '렉스턴 스포츠'보다 100㎜ 낮다. 전폭도 1920㎜로 기존 대비 50㎜ 줄었다. KG모빌리티가 지난 3월 무쏘EV를 출시하면서 '도심형'이란 수식어를 붙인 이유다.
그럼에도 기본 적재중량은 400㎏에서 500㎏으로 높여 화물 운반이란 픽업 고유의 특성은 고스란히 살렸다. 동력은 내연기관에서 벗어나 국내 픽업 사상 처음으로 전기 모터를 사용해 정숙하면서도 힘 있는 주행을 구현했다. 외관은 쌍용차 시절 나온 국내 첫 레저형 픽업 '무쏘 스포츠'의 DNA를 물려받아 여전히 각지고 단단한 모습을 유지했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자리한 KG모빌리티 익스피리언스 센터 강남에서 약 3시간 동안 무쏘 EV(MX트림·2륜)를 시승·동승했다. 센터와 경기 양평 사이 왕복 88㎞를 2인 1조로 주행하는 코스였다. 기자는 약 80분 동안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와 일반 국도를 타고 센터에서 양평까지 가는 44㎞를 운전했다.
자동차관리법상 화물차로 분류되는 픽업인 만큼 승차감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느 SUV 못지않게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보였다. 전작의 프레임 바디 대신 모노코크 바디를 사용해 노면 충격을 차체 전체로 분산해 낸 덕분이다. 4륜 옵션엔 쇼바를 펌핑하는 셀프 레벨라이저가 탑재돼 화물 적재 시 차량이 기울지 않게 돕고 노면 충격을 줄여 준다.
또한 시속 100㎞ 이상 주행 시에도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숙했다.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음 발생 부위에 사운드 인슐레이터를 배치하고 A·B·C 필러와 차체 하부, 루프 등에 흡음재를 넣었다는 게 KG모빌리티의 설명이다. 이중접합 차음유리는 윈드실드에 적용됐다.
전기차답게 가속 능력도 뛰어났다. 2륜 기준 152.2kW 전륜 구동 모터와 최적의 토크 튜닝이 적용된 감속기를 통해 최고출력 207마력(ps)과 최대 토크 34.6㎏·f·m를 발휘한다. 넘치는 전기힘으로 픽업임에도 차선을 변경할 때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고, 오르막에서도 가속이 가능했다. 4륜의 경우 최고출력 413마력에 최대토크는 64.9㎏·f·m까지 올라간다.


픽업 취약점으로 꼽혔던 2열 거주성도 보완했다. 1열과 2열 간 나타내는 '커플 디스턴스'는 850㎜로 중형 SUV급이다. 실제로 키 180㎝인 기자가 2열에 탑승하니 무릎과 1열 사이에 배낭 하나를 넣어도 될 정도로 넉넉한 무릎 공간이 나왔다. 또한 픽업 2열엔 빠지는 경우가 많은 리클라이닝과 슬라이딩 기능도 각각 32도·80㎜까지 가능했다.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400㎞로 공인받았는데, 실제 주행해 보니 이보다 더 멀리 나가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공인 기준 복합전비가 1㎾h당 4.2㎞인데 이날 트립창을 확인해본 결과 실제 복합전비는 6.2㎞에 달했기 때문이다. 다만 적재함에 화물을 실을 경우 전비는 이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긴급제동보조(AEB), 차선유지보조(LKA),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 등 각종 안전 기술은 기본 적용됐다. 차선유지보조 기능을 켜놓으면 고속도로는 물론 도심 저속 주행 시에도 상시 활성화돼 차로 곡률에 맞게 핸들이 자동으로 각도를 조정했다. 다만 고속도로 진출입 램프 구간 등 급커브 구간과 차선이 끊기는 구간에선 차선유지보조 기능이 간헐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운전자의 주의가 필요해 보였다.
트림별 판매 가격은 세제 혜택 적용 시 △MX 4800만 원 △블랙 엣지 5050만 원이다. 전기 화물차로 분류돼 승용 전기차보다 더 많은 652만 원의 국고 보조금이 지원된다. 여기에 180만 원 상당의 지자체 보조금(서울시 예상)을 추가로 적용하면 실제 구매 가격은 3000만 원대로 낮아진다. 소상공인은 추가 지원과 부가세 환급 등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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