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품을 시장에 내놓거나 자사 자동차 생산 공정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컨설팅 사업까지 진출한다. 고객사에 로봇 종합 설루션을 제공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인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로봇 컨설팅 사업 부문인 '보스턴다이내믹스 컨설팅'을 이달 설립했다고 밝혔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컨설팅은 고객사를 상대로 로봇 도입부터 실제 운용까지 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제조, 물류, 식음료, 보안, 도시 계획 등 5가지 산업 분야에서 로봇 도입을 통한 자동화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객사에 제시하는 방식이다.
초대 수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이사회 이사였던 로봇 전문가 윌 포스가 맡았다. 마크 티어만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고객사에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AI)·로봇공학 전문가들에게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 이사는 고객사 성과를 개선해 산업 현장에서 로봇공학과 AI 채택을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에 투입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대표 로봇으로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꼽힌다. 아틀라스는 2013년 유압 구동 방식으로 처음 탄생했고 지난해 4월 전기 구동식인 2세대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더 가볍고 유연해진 2세대 아틀라스는 AI 강화 학습으로 각종 부품을 운반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향후 자사 완성차 공장에 시범 투입해 작업자의 부담을 경감할 예정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개 '스팟'은 2020년 출시돼 현재 7만 5000달러(약 1억 원)에 판매되고 있다. 열 감지 센서와 고해상도 카메라가 장착돼 주변을 순찰하고 위험 상황을 탐지할 수 있다.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경찰이 스팟을 도입해 2023년부터 인질극과 총격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스팟이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 인근을 미 비밀경호국 요원과 함께 순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현대차·기아 산하 로봇 연구조직인 로보틱스랩은 지난해 11월 산업 현장에서 인간 작업자가 직접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엑스블 숄더'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엑스블 숄더는 작업자들의 근골격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조끼 형태로 제작돼 착용 시 어깨 관절 부하와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가 각각 60%, 30%씩 경감된다. 2022년부터 현대차·기아 생산공장에 시범 적용해 왔으며 올해 국내 판매를 시작으로 2026년 북미·유럽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앞으로 로봇은 각종 산업 현장과 시민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기관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지난해 198억 달러(약 29조 원)였던 글로벌 산업용 시장 규모가 향후 8년간 연평균 14.2%씩 성장해 2032년 555억 달러(약 81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사재 2400억 원을 출연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스팟을 데리고 단상에 올라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이 스팟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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