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올해 1분기 전 세계 상장사의 비트코인(BTC) 보유량이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무역 갈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하락장을 저점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주목받으며 앞으로도 관련 투자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가 15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상장 기업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전 분기 대비 16.1% 증가한 68만 8000개를 기록했다. 1분기 동안 9만 5431개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한 셈이다.
기업들의 1분기 비트코인 평균 매수 단가는 8만 2445달러로 집계됐다. 이날 오후 3시 55분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플랫폼 코인마켓캡 기준 글로벌 비트코인 가격은 8만 3667달러다.
비트코인에 새롭게 투자한 기업도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은 79개 사로 전 분기 대비 12곳 늘었다.
기존에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기업들의 추가 매수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기업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최근 비트코인 3459개를 추가 매입해 총보유량이 53만 개를 넘어섰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호텔 운영 업체 메타플래닛은 이날 비트코인 추가 매수를 위해 1000만달러(약 142억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올 1분기는 비트코인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했다. 지난 2월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비트코인은 올해 최고점을 찍은 지난 1월 22일(10만 6136달러) 대비 30% 떨어진 7만 4830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하락장을 저점 매수 기회로 본 기업들의 전략적 투자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기업들의 비트코인 보유량 증가는) 저점 매수와 비트코인에 대한 장기적 낙관론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기업의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 목적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들의 사례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 센터장은 "미국에서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달러 시스템에 대한 위험 분산, 장기 유동성 확보 등 비트코인으로 얻는 이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리서처도 "거시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위험 분산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부각될 수 있다"며 "기업의 비트코인 매수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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