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클래식&재즈 레이블 SM 클래식스(SM Classics)가 첫 번째 K팝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개최, 그간 진행해 온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다.
14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개최됐다. 이는 SM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펼쳐지는 SM 클래식스의 첫 오케스트라 라이브 콘서트로, 그간 SM이 확장해 온 음악 스펙트럼과 도전의 결실을 확인할 수 있어 기대를 모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김유원 지휘자 및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과 함께해 더욱 주목받았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음악은 SM 클래식스가 지난달 24일 발매한 첫 정규 앨범 '어크로스 더 뉴 월드'(Across The New World)의 수록곡들이다. 지난 2020년 론칭한 SM 클래식스는 클래식, 재즈, 영화 음악, 월드 뮤직 등이 접목된 K팝을 더 넓은 음악의 장르로 확장해 소개하고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음악을 소개해 왔다. 그중 하나가 서울시향과 진행한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로, 지난 5년 동안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오리지널 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선보인 바 있다. 그 결과물을 차곡차곡 모은 것이 첫 정규 '어크로스 더 뉴 월드'이며, 이와 함께 서울시향의 연주로 생생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립교향악단'까지 기획한 것이다.

공연은 샤이니 민호의 오프닝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됐다. 민호는 "뜻깊은 공연의 첫 시작을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오늘 공연은 최초와 최고가 만나 함께 선보이는 컬래버레이션으로 지난 30년간 꾸준히 사랑 받아온 SM의 대표곡들을 오케스트라 버전의 음악들로 만나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시대 최고 작곡가들과의 협업 결과물인 K-팝이 지난 수백 년간 쌓인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들의 레퍼토리와 그들의 음악 어법을 만나 탄생한 새로운 오케스트라 음악을 2025년 지금의 클래식이자, 먼 훗날의 클래식이라 하고 싶다"라고 한 뒤 공연을 즐겨달라고 했다.
오프닝을 연 김유원 지휘자와 서울시향은 2022년 SM타운 겨울 앨범의 인트로 곡인 '웰컴 투 SMCU 팰리스'로 공연의 문을 열며 관객들을 SM 세계관으로 초대했다. 이후 레드벨벳의 '빨간 맛'-'필 마이 리듬'-'사이코', NCT '메이크 어 위시'와 '골든 에이지', 보아 '나무', 엑소 '으르렁', 에스파 '블랙맘바', 종현 '하루의 끝', 샤이니 '셜록', NCT 드림 '헬로 퓨처', 동방신기 '라이징 선', 슈퍼주니어 '메리 유', 웬디 '웬 디스 레인 스톱스', 라이즈 '붐 붐 베이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등 총 17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선보였다.
큐시트에 오른 음악들은 K팝으로 이미 선보인 IP들이기에 대중에게도 익숙한 '아는 맛'이었다. 그래서인지 연주가 시작되면 자연스레 오리지널 곡이 떠올랐고, 가사를 흥얼거리며 연주를 따라갔다. 그러면서 원곡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비교하고, 색다르게 재탄생한 오케스트라 버전 음악에 빠져들게 됐다. 특히 오리지널 곡 속 고음이나 바이브레이션 등 가수들의 보컬 스킬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악기로 섬세하게 표현되는 건 '듣는 재미'를 극대화했다. 덕분에 K팝 리스너들 역시 클래식을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

더불어 몇몇 곡은 클래식을 샘플링해 K팝과 클래식 음악의 경계를 더 허물었다. '으르렁'은 베토벤 교향곡 '운명'을 녹여냈고, '하루의 끝'은 드뷔시의 '달빛'을 샘플링해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필 마이 리듬'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라이징 선'은 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을, '사이코'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 2악장과 3악장을, '골든 에이지'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다시 만난 세계'는 엘가 '위풍당당 행진곡'을 샘플링해 곡을 더 풍성하게 했다. 이는 클래식 마니아들 역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였다.
현대적인 악기의 매력을 더한 곡도 있다. '붐 붐 베이스'를 연주할 때는 일렉스릭 베이스 연주자가 등장, 곡 중간 솔로 연주를 선보이며 노래의 매력을 더 끌어올렸다.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흥미진진한 풍경이었다. 덕분에 '붐 붐 베이스'는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오케스트라와 베이스 기타라는 조합을 이질적이지 않게 편곡한 SM 클래식스와 이를 라이브 연주로 생생하게 선보인 서울시향, 베이시스트의 노력이 무대에서 꽃을 피웠다.
곡들의 분위기를 더 살리는 미디어아트도 엿보였다. '블랙맘바' 때는 뱀이 지나다니는 듯한 장면이 연출돼 현장을 긴장감 넘치게 했고, '셜록'이 연주될 때는 탐정이 손전등을 비추는 듯한 연출이 돼 곡의 분위기를 살렸다. 또한 '라이징 선'에서는 강렬한 태양이 비쳤으며, '하루의 끝'에는 가사를 띄워 곡의 메시지를 전해 관객들을 눈물짓게 하기도 했다.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은 끊이지 않는 박수를 보내며 짙은 여운을 표현했다.

지난 2020년 론칭한 SM 클래식스는 오케스트라 버전 및 다양한 편성의 클래식 음악으로 재해석하며 SM 3.0이 지향하는 음악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그간 대중적인 K팝을 다소 어려운 장르로 인식되는 클래식에 녹여내 음악적 스펙트럼은 물론 장르적 외연을 확장해 왔다. 이들은 첫 정규 '어크로스 더 뉴 월드'와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립교향악단'을 통해 'K팝의 진화'를 또 한 번 증명해 냈다.
한편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5일 오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일차 공연을 진행한다. 또한 SM 클래식스는 첫 오케스트라 콘서트 개최를 시작으로, 공연·악보 IP 라이선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며 오리지널 IP를 글로벌 시장에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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