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극본 박은영/ 연출 김규태)가 지난달 29일, 8회 전편이 공개됐다.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다루는 시리즈로,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배우 공유는 극 중 과거의 아픔으로 인해 불안과 외로움에 잠식된 음악 프로듀서 한정원 역을 연기했다. 인생에 단 한 명이라고 생각했던 전부인 서연(정윤하 분)을 여전히 그리워하던 중에, 서연이 신청한 기간제 배우자 서비스를 통해 두 번째 아내 노인지(서현진 분)를 만나게 되는 인물이다.
공유는 불안함 속에 살면서 끊임없이 안정된 삶을 꿈꾸지만 전 부인인 서연에 대한 그리움 속에 여전히 허덕이는 한정원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눈길을 끌었다. 또한 공유는 극 중 전개에서 서연에 대한 그리움과 노인지에 대해 생기는 새로운 감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의 감정까지 감각적으로 표현해냈다는 평이다.
이런 가운데, 공유는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트렁크' 공개 기념 인터뷰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이날 자리에서 공유는 '트렁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N인터뷰】①에 이어>
-'트렁크'에 대해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전하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어떤 시선이었나.
▶보통 제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소재를 쓰는 많은 드라마나 영화들이 판타지라고 생각하는데, 긍정적인 면, 밝은 면, 동화적인 스토리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현실에 없는 캐릭터고 이야기지만 보시는 분들이 그걸로 스트레스를 풀고 행복감을 느끼는 게 영화나 드라마의 역할이기는 하다. 하지만 저는 그 반대의 지점을 본 거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번씩 친구들이랑 속깊은 이야기, 힘든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지 않나.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산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걸 표현하냐 안 하냐의 차이다. 조금 어둡지만 한 번쯤 꺼내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작품의 계약 결혼 설정과 베드신에 대한 호불호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했나.
▶대본을 처음에 받아서 보고 단시간에 하겠다고 결정을 했는데 그 순간에도 많은 호불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결정했다. 하지만 관점이나 호불호에 있어서 불편하지는 않다. 존중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부분들에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한 거다. 허구의 이야기이고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혼에 대해 다루는 작품이다 보니 결혼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됐나.
▶저는 아직도 계속 생각하는 중인 것 같다. 제가 40대 중반이지만 확립된 건 아니다. 저는 (결혼은) 선택 같다. 본인에 맞게끔 선택하는 일인 것 같다.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렸을 때 20대, 30대 초반까지도 아이를 빨리 가지고 싶고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되는 아이를 가져서 젊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막연한 판타지가 있었는데 하나도 실현이 안 됐다. 결혼과 마찬가지로 아이도 선택인 것 같다.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부정적인 얘기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이한테 어떤 세상을 보여줘야 할지 모르겠다. 저만의 그런 고민 속에 빠져있다.
-마지막으로 '트렁크'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저도 처음부터 작품을 다 끝내고 난 다음에 저 스스로 저의 경우를 대입해 한 번 더 곱씹어본 것 같다. 사랑이나 관계에 대한 부분에서 내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생각들을 작품에 들어가고 나오면서 한 것 같다. 사랑에는 정답도 없고 여러 모양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사랑이 이렇다'라고 제시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믿고 있는 사랑은 어떤 것일까요?'라고 묻는 거라고 생각했다. 좋은 관계란 무엇인가를 곱씹어보게 됐다. 여러 관점이 있지만 좋게 봐주신 분들 만이라도 저처럼 느끼셨다면 저는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