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늘부터 철강·알루미늄 166종 '25% 관세'…車부품 등 87종 유예

범퍼·차체 등 車·항공기·가전부품 87개는 함량 따져 추후 관세
한국 철강업계 관세 부담 1.2조 추산…"기반 약한 中企 피해 우려"

11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12일(현지시간)부터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일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2025.3.1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11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12일(현지시간)부터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일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2025.3.1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미국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가 미국 동부 시간 기준 12일 0시 1분,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 1분부로 발효된다.

그동안 쿼터제(수출량 제한)를 통해 연간 263만톤의 물량에 대해 무관세 적용을 받아온 한국도 미국의 이번 조치에 따라 예외 없이 25% 고율 관세 적용을 받게 됐다. 관세 대상엔 철강·알루미늄 소재는 물론 볼트와 너트, 스프링 등 파생상품까지 166개가 포함됐다.

다만 범퍼·차체·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이나 항공기 부품, 가전 부품에 들어가는 87개 파생품목은 이번 관세 대상에서 일단 빠졌다. 이들 상품에 대해선 추후 철강·알루미늄 함량을 기준으로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미국 입장이다.

미국의 이번 관세 조치에 따라 대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대응 역량이 약한 중소 수출기업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정부는 중소기업의 피해 모니터링과 지원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본문 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02.1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5.02.1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美 '25% 관세' 발효, 소재는 물론 파생상품까지 166개 포함…"수출 중소기업 피해 우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예고한 대로 현지시간 이날 오전 0시 1분(한국시간 12일 오후 1시 1분)부로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한다.

산업부가 미국 상무부에서 지난 5일 발표한 관세 이행 지침을 분석한 결과, 이번 관세 부과(각 제품 전체 가격 기준) 대상에는 철강·알루미늄 제품 외에도 볼트, 너트, 스프링 등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까지 총 166개가 포함된다. 철강 상품은 155개, 알루미늄은 11개다.

다만 범퍼·차체·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 가전 부품과 항공기 부품 등 87개 파생 품목에 대해서는 상무부 추가 공고 시까지 관세 적용이 일단 유예된다. 이들 품목에 대해서는 추후 철강·알루미늄 함량 가치를 기준으로 25%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정부는 당장 대기업보다는 규모·자본력 등에서 사정이 열악한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산업부는 업종별 협회, 무역협회, 대한상의 등과 민관 릴레이 대책 회의 및 수입 규제 실무 간담회를 4차례 열어 관세 조치와 관련한 상세 내용을 공유하고, 애로사항을 파악했다.

산업부는 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대응 역량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향후 미 상무부가 함량 기준에 대해 조치를 시행하는 일정에 맞춰, 대한상의 및 법무·회계법인과 협조해 대미 파생상품 수출 실적이 있는 중소기업에 컨설팅과 통관 서류 작성 대행 업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신속한 정보 파악 역량이나 증빙서류 작성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면서 "산업부는 유예 품목에 대한 관세가 시행되는 즉시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컨설팅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미국 무역 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국가 면제 받은 나라도 일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품목 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서에 서명했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냉연제품 창고에 쌓인 수출용 철강 제품들. 2018.8.30/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미국 무역 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국가 면제 받은 나라도 일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품목 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서에 서명했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냉연제품 창고에 쌓인 수출용 철강 제품들. 2018.8.30/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관세 폭탄 '현실로'…국내 철강업계 비용 부담 1.2조 추산

미국의 '관세 25% 부과' 조치가 현실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일각에는 이번 관세 조치로 국내 철강업계가 떠안아야 할 부담만 1조 2000억 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미국 철강 수입 시장에서 캐나다·브라질·멕시코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철강 제품을 팔고 있다. 미국 철강협회 기준 한국 철강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9.7%(2024년 기준)에 달한다. 미국 철강 소비 시장에서 수입 시장 비중이 30%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규모다.

이번 관세 조치가 현실화하면서 그동안 대미 철강 수출량을 제한하는 조건의 쿼터제로 25% 관세를 피해 온 한국 철강 제품들도 수출량과 관계없이 고율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고율 관세 부과는 곧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미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기업 등 연관 산업에까지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는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익수 한신평 연구원은 "25%의 관세를 온전히 반영하면 지난해 대미 수출액 기준 국내 철강업의 최대 익스포저(위험 노출) 비용은 8억 9000만 달러(지난해 연평균 환율 적용 기준 1조 2000억 원)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이번 관세 조치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철강 관세에 따라) 한국 경제가 받을 부정적인 영향은 연간 GDP의 0.11~0.22% 감소로 추정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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