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난해 2000명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 국면에서 정부로부터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던 사직 전공의들이 헌법과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구조 마련 등을 이유로 전면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사태 초기부터 전공의 단체가 내건 대정부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당시 정부는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나 이들의 복귀를 이끌기 위해 수개월 만에 이 명령과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바 있다.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대표인 김유영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은 23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의료법상 의료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주최한 의료정책포럼 토론자로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비대위원은 "정부가 남발한 업무개시명령은 젊은 의사들에게 고민을 남겼다"며 "'국가는 의사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가', '의사도 국민이긴 한가'. 헌법적 가치에 어긋나고, 의료 현실을 왜곡하며 국가 강제에 무조건 따르게 하는 행정명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엔 폐지돼야 마땅하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우선 의료법과 상위 법인 헌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사전 고지나 의견 청취 없이 개별적 상황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출산 휴가 중인 전공의에게도 명령이 내려진 사례가 있다고 한다.
그는 "의사는 직업적 주체인데 마치 국가가 일하라고 하면 '네'라고 해야 하는 인프라로 취급받고 있다"며 "전공의들은 퇴사 의사를 명확히 했다. 회사를 관둔 사람에게 다시 출근해 일하라고 하는 나라가 어디있는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절차적 공정성과 견제가 결여돼 있다"며 "행정권은 항상 견제돼야 하며, 권력은 정당한 절차와 균형의 원칙 아래 행사돼야 한다. 제도적으로 최소한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고 남용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당시 스스로 '비상진료체계로 운영되고 있는 의료현장이 안정적인 상태'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강제적 조치가 필요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국가 권력과 국민의 권리, 그리고 목적과 수단 사이 균형을 지켜주는 안전장치가 필요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해친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제도는 의사들의 윤리적 주체성, 전문가로서의 자율성과 사명감을 왜곡시킨다"며 "국가와 법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한다. 이대로는 의료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요구한다. 일방적 희생이나 복종을 강요하는 구조 속에서는 지속 가능한 사명감과 책임감의 불씨는 타오를 수 없다"며 "의료 전문가들을 존중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며 협력적 관계가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업무개시명령의 폐지는 단지 의사 권리 보호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건강한 의료 시스템을 지켜내는 길"이라며 "강제 노동이 아닌 소신으로 필수 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미래를 원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협 부회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는 근로자"라며 "대법원은 판례상 전공의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다. 전공의의 노동권은 보장돼야 한다. 업무개시명령은 폐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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