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가 사망하면 조용히 울었고, 소생하면 종일 뿌듯했습니다. 일주일에 100시간씩 환자 곁을 지켰습니다. 저는 내일의 의료를 지키고 싶어서 병원을 떠났습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모인 전공의와 전국 의과대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연대사에 앞서 직역별로 의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먼저 의과대학 교수들을 호명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자 "교수님들은 바쁘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개원의와 봉직의의 호응을 유도했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그의 호명에 환호성과 박수로 답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2월 윤석열은 2000명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라는 이름 하에 부조리한 정책들을 쏟아냈다"며 "이에 반발해 1만 명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2만 명의 학생도 학교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병원 주변에 기동대와 수사관을 배치했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면 체포할 수 있다고 했다"며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진료 유지 명령 등 행정명령을 남발했다"고 비판했다.
또 "면허를 정지하고 구속하겠다고 했다. 병원을 그만뒀다는 이유만으로 12시간 동안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며 "사직이 범죄인가. 우리가 죄인인가"라고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주호 장관 말처럼 6개월을 버텨서 정부가 이긴 것인가, 승자가 있기는 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윤석열, 한덕수, 조규홍, 박민수 당신들의 정책 실패로 지난 1년간 3조 5000억 원의 세금이 증발했다"며 "한미 방위비 분담금이 1조 5000억 원, 네이버의 영업이익이 2조 원이다. 정부는 왜 정책 실패와 예산 낭비를 인정하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의 생명을 정말로 위한다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태를 조속히 수습해야 한다"며 "여당은 2000명 증원으로 지난 총선에서 참패했고, 180석의 거대 야당은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고, 일주일에 100시간씩 환자 곁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와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정부의 괴이한 정책이 모든 것을 망가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대단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당연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노동 3권과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근로기준법의 보장을 받고 싶다. 또한 대한민국 의사로서 학교에서 배운 대로, 교과서대로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국종 교수님이 왜 아주대병원을 떠나야 했겠는가. 말씀처럼 보건복지부는 숨 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싸고 좋은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료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단지 의사 수만 늘린다면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돼 의료 민영화로 이어지거나, 앞으로 10대·20대·30대 젊은 세대의 건강보험료가 두세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현재 구조로는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기피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것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가 지속 가능하냐는 물음"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국민 여러분, 지난 1년간 젊은 의사들과 학생들의 외침을, 그들이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수술실을 떠나지 않도록 그 목소리를 한 번만 더 깊이 들여다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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