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퇴치 도운 국가예방접종…"아직 사각지대 남았다는데"

WHO 매해 4월 마지막 주 '세계예방접종 주간' 지정
남아 HPV 예방접종 지원 부족…성별무관 지원 필요

본문 이미지 - 세계보건기구(WHO)의 2025 세계예방접종주간 포스터
세계보건기구(WHO)의 2025 세계예방접종주간 포스터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백신은 1분마다 6명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백신이 생명을 위협하는 30가지 이상의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백신으로 전 세계 인구 1억5400만 명을 구했다. 예방접종으로 유아 생존율은 40% 향상됐다고 한다.

WHO는 매년 4월 마지막 주, 올해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기간을 '세계예방접종 주간'으로 지정해 어린이, 청소년, 성인과 지역사회에 백신으로 예방할 질병에 보호받도록 목표를 정하고 있다.

주요 감염병 퇴치 이끈 NIP…"학부모 만족도도 90% 이상"

우리도 질병관리청의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NIP)을 통해 19종의 백신 무료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1962년 도입된 폴리오 백신 이후 디프테리아·풍진 등 주요 감염병이 국내에서 사실상 퇴치됐다. 수두 발병률도 감소하고 있다.

배상락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제도는 감염병 유행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공공보건 수단"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특히 소득 수준이나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접종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건 형평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예방 중심의 건강 정책은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필수 전략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질병청이 지난해 11월 1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 1200명을 상대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NIP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예방 효과(92.6%), 양육비 부담 경감(87.9%)에 대한 인식도 높게 나타났다.

성별로 나뉜 HPV 백신 NIP…미래세대 건강 놓치는 사각지대

그러나 여전히 사각지대는 남아있다. 성별에 따라 지원 대상을 구분하는 유일한 백신인 HPV(Human Papillomavirus,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이 대표적이다. 도입 초기에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자궁이 없는 남성에게는 무관한 질병으로 인식되기도 했고 실제로 여성만을 대상으로 국가예방접종이 시행되면서 남성 접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은 채로 유지되고 있다.

HPV 백신 NIP는 지난 2016년부터 '건강 여성 첫걸음 클리닉'을 통해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무료 접종이 이뤄졌고 2022년 3월부터는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2020년 클리닉 사업평가 결과, HPV 관련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은 학부모들은 HPV NIP 접종 기회를 놓친 여아(45.6%)에게서 NIP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질환 인식이 높은 의료진들은 남아에서의 NIP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40.2%)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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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제 인유두종 바이러스 학회(PVS)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암의 5%는 HPV가 원인이다. HPV 관련 암 발생을 추산하면 전 세계에서 1분마다 1명씩 HPV 관련 암 진단을 받는데 이는 남녀 모두에 해당한다.

게다가 남성의 경우, 여성 대비 HPV에 대해 낮은 면역을 갖고 있어 전염 빈도가 더 높다. 남성에서 HPV 감염을 확인할 선별검사 정확도와 진단 민감도가 낮아 병변이 없는 건강인 남성에서 HPV 바이러스 보유 여부에 대한 선별 검사도 권고되지 않고 있다.

NIP에 HPV 백신을 포함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대부분이 남아에 HPV 백신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멕시코, 코스타리카와 함께 여아에게만 HPV 2가, 4가 백신을 지원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질병청의 예방접종 확인 사업에 따르면 2011년생 여아의 HPV 백신 1차 접종 완료율은 지난해 79.2%지만 같은 해에 태어난 남아의 경우 0.2%에 불과하다. 이런 접근성의 한계는 단순히 기회 격차의 문제를 넘어 미래 세대의 건강을 놓치는 결과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산 계류, 대선 공약 포함될까?…"비용 효과 알려지길"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HPV 백신의 NIP 확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당시 주요 대선 후보 모두 남성 HPV 국가예방접종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국정과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따라서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HPV NIP의 백신을 전환(4가→9가)하고 접종 대상을 만 12세 남아까지 확대하기 위해 279억 원의 예산 증액을 의결했다. 하지만 현재 계류 중이며 오는 조기 대선의 공약이 될지, 관련 예산이 질병청에 내년도쯤 반영될지 이목이 쏠린다.

배상락 교수는 "남녀의 HPV 백신 접종은 국가 비용적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며 "국가 검진 결과와 비교해, 한국인 남녀 모두 9가 HPV 백신 접종의 경우가 가장 비용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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