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학내갈등'…유급·제적 압박 속 '2만 의대생'은 어디로

대학들 "미복귀 시 원칙에 따라 처리"…박단 "학생, 치열하게 고민"
차의과학대 의전원 25학번 전원 수업 거부 "국민을 위한 투쟁" 논리

정부의 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에도 불구하고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세대에 이어 서울대와 고려대 의대도 미복귀 학생에 대한 제적 또는 유급 처리를 시사했다. 사진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25.3.1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정부의 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에도 불구하고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세대에 이어 서울대와 고려대 의대도 미복귀 학생에 대한 제적 또는 유급 처리를 시사했다. 사진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25.3.1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1년 1개월에 접어든 의정갈등이 학내갈등으로 격해지는 상황이다. 대학들은 학생들이 이달 말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유급과 제적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의대생들이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이달 말 대규모 유급 제적 사태 현실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2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데 대해 최재영 연세대 의대학장은 지도교수들에게 "오는 24일 이후 추가 복귀 일정은 없다"고 당부했다.

시한 내에 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상담할 것을 권한 최 학장은 상담 때 "미등록 후 휴학 신청자는 미등록 제적하고, 24일 미등록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한다는 점, 등록 후 휴학 신청자는 유급 처리한다는 내용을 꼭 알려달라"고도 요청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의대 학장도 미등록 휴학 신청 학생의 제적을 예고했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이 교수들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서울 지역 8개 대학 학장단은 의대생 수업 거부를 학칙에 맞춰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각 대학이 의대생 복귀 시한을 이달 말로 정한 데는 학칙 때문이다. 출석 일수 4분의 1 이상 수업을 듣지 않으면 F 학점 처리 및 유급된다. 출석 일수 4분의 1에 해당하는 시한이 이달 말이다. 그러나 의대생들이 실제로 돌아올지 미지수다.

오히려 학내갈등으로 커질 조짐이 보인다. 이대론 갈등을 풀 수 없으니 돌아오라는 총장과 학장의 읍소는 거부하겠다는 분위기다. 휴학계를 제출했음에도 반려한 뒤 다시 신청하라는 의대도 있다며, 왜 개인의 선택을 강압하느냐는 날 선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의 이선우 비상대책위원장은 뉴스1에 "40개 학교 전체에서 일대일 면담 혹은 간담회 등을 통해 학생을 설득하려는 움직임이 동일하게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우 위원장은 "교육부 지침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휴학을 위해서 교수 면담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휴학 미처리로 제적 처리를 한다면 전국적으로 1만 5000명 정도의 의대생이 제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위원장은 "약 1만 8000명 의대생 중 1만 5000명은 제적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남은 학생 3000명과 4500명 신입생을 더한 총 7500명의 7000명은 등록 후 휴학과 수업거부라, 교육부 설명대로면 1만 5000명은 제적, 7000명은 즉시 유급"이라고 전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원대 의대 학생에게 '포고령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고 적었다.

박단 위원장은 "후배들 건들지 말라며 앞장서도 모자란 판에, 처단하겠다는 자를 믿고 굴종하라 한다. 정작 학생들 겁박하는 건 당신들 아닙니까"라며 "학생들은 철부지가 아니다. 그들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5학번 "우리 동참 없이 의료계 목소리 더욱더 무시될 것" 강경

박 위원장 주장처럼 이번 의대증원 정책의 수혜자로 비칠 수 있는 25학번 신입생들도 "단순한 개인적 이익이 아닌,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와 국민 건강을 위한 투쟁"이라는 논리로 수업을 거부하겠다는 성명서가 나온 상황이다.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전날(11일) 인스타그램에 "전원 수업 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정부에 닿지 않았던 의료계 목소리는 25학번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더욱더 무시될 것"이라는 내용의 25학번 학생 일동 성명문을 게시했다.

본문 이미지 - 조정훈 국회 교육위원회 감사반장이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부산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병원, 부산대치과병원, 경상국립대병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조건 없는 학생 휴학과 대학의 자율성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는 부산대 의과대학 비상시국 정책대응위원회 소속 학생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2024.10.1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조정훈 국회 교육위원회 감사반장이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부산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병원, 부산대치과병원, 경상국립대병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조건 없는 학생 휴학과 대학의 자율성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는 부산대 의과대학 비상시국 정책대응위원회 소속 학생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2024.10.1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25학번 학생들은 "수혜자로 비칠 수 있으나, 이는 본질적인 문제와 무관하다.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의료 미래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느끼고 있다"며 "의료계의 올바른 미래를 위한 우리의 결정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번 과정에서 의료계와 소통을 훨씬 더 강화해서 의료계와 함께 개혁해야 된다, 정부 혼자 힘으로 하기에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고 언급했다.

이 부총리는 "학생들이 돌아온다면 의료계와 학생들, 전공의, 교수, 의사분들 다 함께 충분히 소통하고 함께 좋은 방안을 만들어 내고 실행하는 식으로 진행하겠다"고 소개했다. 또 "2027년도부터 정원 결정은 추계위에서 한 대로, 또 필요한 만큼 증원이 된다"고 답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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