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중장년층에서 당뇨병만큼 흔함에도 불구하고 인식 부족으로 인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질환이 있다. 바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다.
COPD는 기관지와 폐 조직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해 생기며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는 기류제한(숨을 쉴 때 공기의 흐름이 제한돼 줄어드는 현상)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류 제한으로 인해 호흡곤란과 숨참, 기침, 가래 등 만성적인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COPD는 초기에는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나타날 수 있어 환자들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폐 기능이 정상의 50%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많은 환자가 호흡곤란이 심각해진 후에야 병원을 찾아 진단받게 되는데, 이때는 이미 폐 기능이 크게 손상된 상태다.
국내 COPD 유병률은 만 40세 이상에서 12.7%, 만 65세 이상에서는 25.6%에 달하지만, 실제 COPD로 진단받은 환자는 약 2.5%에 불과하다. 이는 COPD를 진단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COPD는 단순한 호흡기 질환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따르면 COPD는 전세계 사망원인 4위로 꼽히는 질환이다. 2021년 기준 약 350만 명이 이 질환으로 인해 사망했다. 이는 전세계 사망자의 약 5%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COPD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중 직접 의료비용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는 등 다른 만성질환과 비교했을 때 환자 1인당 사회경제적 비용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COPD는 흡연, 비정상적인 폐 성장 저하, 실내외 대기 오염과 직업성 분진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효과적인 예방법은 금연은 물론 실내외 대기오염 노출 등을 줄이는 환경 개선이 있다. 이와 동시에 폐기능 검사를 통해 COPD를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COPD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COPD를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폐기능 검사가 필수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환자들을 일선에서 만나는 1차 의료기관의 폐기능 검사 시행률은 2022년 기준 약 53%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폐기능 검사를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고령, 흡연력 등 COPD 발생의 위험인자가 있고 기침이나 가래,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을 가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폐기능검사를 시행하면 COPD를 조기에 진단하고 향후 치료 부담과 의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2018년부터 폐기능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지속해서 주장해 왔다. 지난해에는 정책토론회, 국정감사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COPD 조기 진단을 위한 폐기능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고, 최근에는 정부와의 논의를 다시 본격화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재무이사 박용범 강동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여전히 많은 COPD 환자가 진단과 치료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며 "폐기능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도입하면 환자를 조기 발굴해 환자들의 예후를 추적, 관찰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중증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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