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챗GPT(ChatGPT) 이용자 폭증에서 보듯 대부분의 일상에서 인공지능(AI) 활용도가 높다. 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제약·바이오의 신약 개발 분야에도 AI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 의무를 폐지하면서,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자연스레 국내 제약사들도 AI 활용을 늘리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FDA는 최근 AI 기술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기술 'NAM(New Approach Methodologies)'을 강조했다. NAM은 동물 없이 신약의 독성, 약효를 평가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이 기술이 잘 활용되면 기존 '세포실험-동물실험-임상시험'의 전통적 단계는 축소되고, AI 기반 예측과 오가노이드 기반 전임상 실험을 통해 바로 임상 단계로 진입해 신약 개발 속도가 단축될 전망이다.
신약 연구에 있어서 AI 적용은 신약 후보물질 을 발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연구자가 의약품을 개발하는 경우 후보물질 선정에만 5년이 걸린다. 기존 연구 결과가 나와 있는 논문에 의존해 수없는 실패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I가 활용되면 이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좋은 후보물질을 찾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상당한데 AI를 활용하면 적당한 연구 결과를 큰 힘 들이지 않고 찾을 수 있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관망했다.
후보물질을 찾을 때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에 국내 제약사들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2021년 자체적으로 AI 신약팀을 구성했고, 자체 툴을 개발해 후보물질 R&D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였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업체가 보유한 기술에 AI 관련 전문가를 영입해 팀을 짰다"며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자생력을 키우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JW중외제약은 2010년 AI 기반 자체 데이터 플랫폼 '주얼리'와 '클로버'를 구축했는데 최근에는 두 개를 통합한 플랫폼 '제이웨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면 전통적인 신약 개발보다 더 효율적인 과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HK이노엔도 자체 AI 기반 플랫폼 'inno-SUN(이노썬)'을 활용해 표적 항암 신약 유효물질 을 발굴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경우 자체 플랫폼 대신 AI 의료 솔루션 기업 에이아이트릭스와 손잡고 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만 2021년 협업했던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심플렉스와 협업은 최근 종료했다.
한편 다수 업체가 AI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지만, 당장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약 개발 과정이 복잡하고, 소요 기간도 길어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AI를 사용하면 다이나믹한 변화가 있을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진 않다. 현 단계에서는 뚜렷한 결과물을 기대해선 안 된다"며 "업체별 AI 활용 전략은 모두 있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불투명하다. 그래도 신기술 도입에 속도가 붙는 상황인 만큼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