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전국에서 신생아들이 잇따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집단 감염되고 있어서 보건당국이 비상이다. RSV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영유아에게 폐렴 또는 모세기관지염을 유발하는 감염병이다. 중증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신생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RSV는 예방약과 치료약이 있지만, 가격 부담이 크고 접근성이 떨어져 접종하기 쉽지 않다. 이에 빠른 확산을 막기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보건당국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제주에 이어 부산 소재 산후조리원에서도 신생아 2명이 RSV에 걸렸다. 지난 11일 지역 한 산후조리원의 영유아 1명이 RSV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15일에는 또 다른 영유아가 증상을 보이다가 18일 확진됐다.
다행히 2명 모두 순조롭게 완치했거나 치료 중이지만, RSV가 영유아에게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분류된 만큼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
RSV는 예방약과 치료약이 있는 감염병이다.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시나지스(성분명 파리비주맙)의 경우 32주 미만 출생한 조산아거나 생후 12개월이 안 된 영아, 기관지폐이형성증(BPD) 환아, 선천성 심질환(CHD) 등에게만 급여가 적용되고, 건강한 영아나 일반 소아는 비급여다. 건강한 영아가 RSV 예방을 위해 주사를 맞기 위해선 1회 접종에 약 100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매달 맞아야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가 급증하면서 시나지스 품귀 현상이 발생한 상태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5월 이후 공급을 재개할 것으로 봤다.
대안으로 꼽히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RSV 예방 백신 '아렉스비'도 지난해 12월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으나, 아직 접종할 수 있는 기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지난달부터 국내에서 접종하기 시작한 '베이포투스'(성분명 니르세비맙)의 경우 12개월 미만 모든 신생아에게 활용할 수 있으며, 1회 접종만으로 5개월 이상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2022년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첫 승인을 받은 이후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허가됐고, 다양한 국가에서 예방접종지원 프로그램에 도입돼 본격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럼에도 비급여인 데다 규모가 큰 병원이 아니면 베이포투스를 보기 어렵다.
상황이 시급한 만큼 베이포투스를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NIP)에 도입해 RSV 관련 영유아 입원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NIP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급한 건 '분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베이포투스를 활용하는 방식이 사실상 백신과 다름없지만, 기존 예방약인 시나지스가 백신이 아닌 항체주사로 분류돼 베이포투스도 '백신 코드'를 받지 못해 발생하는 아쉬운 점도 있다. 백신처럼 활용하고 있지만 항체주사로 예방하는 이유는 영유아의 경우 면역 반응이 약하고, 빠른 보호가 필요해서다.
실례로 A 지자체는 출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신생아들에게 큰 위험이 되는 RSV 예방 주사를 무료로 지원하기 위해 예방주사 공급사와 논의를 통해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당 주사가 백신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항체주사로 분류돼 관련 예산을 쓸 수 없어 논의가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을 원하는 지자체가 있더라도 백신 코드를 받지 못했다 보니 예방 예산을 쓰기 쉽지 않다"며 "보다 감염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선 개선돼야 할 것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보다 앞서 베이포투스를 도입한 해외에서는 질병 예방을 위해 서류 처리, 급여 청구 등에 있어 예방용 항체주사를 백신과 유사하게 다루고 있다. 주요 국가에서는 베이포투스를 NIP 등에 도입해 RSV 관련 입원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실사용 근거 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어린이 백신 프로그램(VFC)에 베이포투스를 포함했다.
최영준 고대안암병원 교수는 "베이포투스를 통해 RSV 관련 입원을 줄인 해외 사례를 참고해 NIP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영유아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RSV로 인한 의료적 부담을 해소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