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과자, 탄산음료, 패스트푸드 등 초가공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청소년은 또래보다 국·영·수 점수가 더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초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카페인, 설탕 등이 혈당을 급격하게 올려 피로감을 높이고, 수면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호세 프란시스코 로페즈-길 에콰도르 원헬스 리서치 그룹 연구진이 스페인에 거주하는 12~17세 청소년 788명의 초가공식품 섭취량, 학업성취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초가공식품이란 식품 첨가물이 들어있고, 가공과 변형을 여러 차례 거친 식품을 뜻한다. 대표적으로는 냉동식품, 가공육, 패스트푸드, 즉석조리식품, 탄산음료 등이 포함된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적색육 및 가공육, 과일, 채소, 과자, 유제품, 견과류, 알코올음료, 소금에 절인 시리얼, 달콤한 시리얼 등의 섭취량을 조사했다. 이후 이들의 초가공식품 주간 섭취량에 따라 초가공식품 섭취가 '많은군' '보통군' '낮은군'으로 나누었다.
또 학년 말에 각 교육기관으로부터 학생들의 학업 과목의 평균 점수, 언어·수학·외국어 점수를 제공받아, 초가공식품 섭취와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많을수록 학업 성취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가공식품 섭취가 '많은군'은 평균 성적이 5.6점, '중간군'은 6.4점, '낮은군'은 6.6점으로 조사됐다.
언어, 수학, 영어 성적 또한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초가공식품 섭취가 많은 군은 언어 성적이 6.0점, 중간군은 6.7점, 낮은군은 7.0점으로 나타났다. 수학 성적은 5.2점, 6.0점, 6.2점으로 나타났다. 영어성적은 5.7점, 6.6점, 6.6점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그간 꾸준한 아침 식사, 영양분이 부족한 음식, 에너지 밀도가 낮은 음식의 섭취 등은 젊은 층의 높은 학업 성취도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청소년기의 초가공식품 섭취와 학업 성취도의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은 포화지방, 첨가당, 인공 첨가물이 풍부하지만, 미네랄 등 필수 영양소는 적다"며 "이런 영양 불균형은 청소년기의 인지기능과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가공식품은 설탕 함량이 높기 때문에 혈당 수치의 급격한 변동을 일으킨다"며 "이러한 변화는 주의력을 감소시키고 피로를 증가시켜 학업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설탕이 든 음료와 스낵에서 흔히 발견되는 카페인 등 각성제는 새롭게 정보를 습득하는 뇌의 능력을 제한하고 주의력, 의사 결정, 판단력 및 전반적인 인지 효율성을 포함한 인지 기능을 감소시킴으로써 학업 성취도를 크게 저하할 수 있다"며 "이는 수면을 방해하고 학업 성취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정제 설탕, 트랜스 지방은 만성 염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염증은 전신으로 퍼질 수 있으며 혈류와 뇌 사이의 보호구조인 혈액-뇌 장벽을 손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뇌 발달 기간 중 식단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양 교육 프로그램, 학교 급식의 영양 수준 강화, 자판기 및 학교 내 편의점 등에서 초가공식품 제한 정책 시행은 학업 성취도를 향상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영양학회지'(Nutrients) 1월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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