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지구력 선수일지라도 탄수화물을 거의 먹지 않고 지방 위주로 섭취하는, 이른바 '저탄수화물 고지방(LCHF)' 식단을 유지하면 혈액 속 콜레스테롤 수치가 악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안나 마리아 크립 오스트리아 빈(Wien) 대학교 생명과학부 영양학과 교수팀이 주당 2~3회 지구력 운동을 하는 남성 65명을 대상으로 10주간 식단과 운동을 병행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세 그룹에 나누어 서로 다른 식단을 적용했다. 한 그룹은 '저탄고지' 식단을 적용해 하루 탄수화물 섭취를 50g 이하로 제한하고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했다.
나머지 두 그룹은 대조군으로 설정했다. 한 그룹은 '저혈당지수 식단' 그룹으로 하루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비율을 50~60%로 유지하되, 그중 65% 이상을 소화와 흡수 속도가 느려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도록 했다.
나머지는 '고혈당지수 식단' 그룹으로 하루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비율을 동일하게 50~60%로 유지하지만, 이 중 65% 이상을 빠르게 소화·흡수되어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도록 했다.
세 그룹 모두 동일한 지구력 운동 프로그램(러닝 등 유산소 운동)을 10주 동안 병행했다. 연구 전후로는 공복 상태에서 혈중 지질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저탄고지' 식단 그룹에서는 일명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수치가 높으면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 심장병 등 심혈관계 질환이 발병할 소지가 높다.
'저탄고지' 그룹에서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17mg/dL 가량 증가했다. 반면 '저혈당지수 식단' 그룹에서는 14mg/dL, '고혈당지수 식단' 그룹에서는 13mg/dL 감소했다.
다른 혈중 지질 지표들도 '저탄고지' 식단 그룹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총 콜레스테롤의 경우 '저탄고지' 그룹은 평균 196mg/dL로 증가했으며, 다른 두 그룹(각각 171 및 152mg/dL)보다 높았다.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은 낮은 GI 탄수화물 식단 그룹에서만 18mg/dL 감소했다. '저탄고지' 식단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식단은 활발히 운동하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혈중 지질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라며 "특히 심혈관 위험 요인이 있는 운동선수는 식단을 계획할 때 꼭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최신 영양학회지(Frontiers in Nutrition)에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은 레크리에이션으로 활동하는 남성의 혈당 지수가 다른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단에 비해 혈중 지질 프로필의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를 초래한다'(A low-carbohydrate, high-fat diet leads to unfavorable changes in blood lipid profiles compared to changes in blood lipid profiles compared to carbohydrate-rich diets with dirrerent glycemic indices in recreationally active men)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