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혜택 사회 돌려줘야" 서울대 의대 졸업식 '뼈 있는 축사'(종합)

김정은 학장 "의사 숭고한 직업 되려면 경제적 수준 높은 직업으론 안돼"
"환자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대생 동맹휴학이 이어진 가운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원 학위수여식이 열린 27일 종로구 서울대의대에서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2.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대생 동맹휴학이 이어진 가운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대학원 학위수여식이 열린 27일 종로구 서울대의대에서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2.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김민수 기자 = "여러분은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다."

김정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장의 졸업식 축사는 이렇게 시작했다. 최근 전공의 이탈 등 의사 집단의 집단행동 등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듯 의사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행정관 3층 대강당에서 '2023년도 전기 의과대학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김 학장은 "요즘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 붕괴에 따른 의대 정원 증원, 의사과학자 양성 등 사회적 화두에 대해 국민들은 우리 대학에 더 한층 더 높은 사회적 책무성 요구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국민들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 여러분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 받고 이 자리 서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특히 김 학장은 서울대 의대가 갖는 사회적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강조했다.

김 학장은 "지금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따가운 질책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의사가 숭고한 직업이 되려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직업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어야 한다"며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의사, 사회적 책무성을 위해 희생하는 의사가 될 때 서울대 의대의 위대한 전통은 국민 신뢰 속에 우리나라 미래 의료·의학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학장은 "서울대 의대에서 배우고 익힌 것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라고 생각하고 훌륭한 지식과 능력을 주변과 나누고 사회로 돌려주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항상 생각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도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우리는 의료인으로서 환자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들의 단체행동에 힘을 실어 주는 발언도 이어졌다. 이웅희 서울대 의대 동창회 부회장은 "지금 우리를 둘러싼 의료 사회는 정부의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깊은 혼돈에 빠졌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정부는 대화나 협치보단 갈등만 증폭시키는 양상이라 더 답답하고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러 번 갈등과 위기를 겪어 왔지만 그때마다 단합된 의지와 지혜로 어려움 극복해 왔다"고 덧붙였다.

졸업생 대표로 무대 위에 오른 주 모 씨는 "의료계는 갑작스럽게 어느 때보다 추운 혹한기에 있다"며 "누가 잘못해서 이런 억센 겨울이 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좋은 추억으로 가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은 전반적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졸업생들은 학교 주변에서 부모님과 친구들과 즐겁게 사진을 찍다가도 최근 상황에 관해 얘기를 나누며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졸업생 A 씨는 "졸업하게 되니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기분이 좋다"면서도 최근 의료인 상황에 관해 묻자 "오늘은 즐거운 날이라 기분 좋게 부모님과 보내고 싶다"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서울대 의대 학사 졸업식에는 133명의 졸업생이 참여했다. 이들은 "개인적 이익과 이해 상충을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환자와 사회의 신뢰를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의사 윤리 강령 선서를 끝으로 졸업식을 마쳤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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