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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새로 드러난 전청조 수법…"피해자 가족·지인도 끌어들여라"

'다단계 조직'과 유사한 '사기' 시도 정황…오늘 구속영장
"전씨 때문에 받은 대출 원리금으로 월급 대부분 빠져나가"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유민주 기자, 홍유진 기자 | 2023-11-02 05:00 송고 | 2023-11-02 16:06 최종수정
전청조(가운데)씨가 제주도 모 카페에서 경호를 받고 있는 모습(김민석 강서구 의원 제공)
전청조(가운데)씨가 제주도 모 카페에서 경호를 받고 있는 모습(김민석 강서구 의원 제공)

"전청조가 저 보고 지인이나 가족에게도 투자를 권유하라는 거예요. 저와 친한 사람들도 투자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면서요. 마치 '선심'을 쓰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직장인 A씨는 그때 경험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 그는 온라인 부업 세미나에서 만난 전청조씨(27)에게 사기를 당해 9000여만원을 뜯겼다. 이런 사실만으로 분통이 터지는데 전씨의 말을 믿고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할 뻔했다. A씨는 "돈도 모자라 주변 사람까지 잃을 뻔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른바 '전청조 사건'이 전국을 들끓게 하고 있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42)의 재혼 상대였던 그는 사기 혐의로 체포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남씨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온라인 세미나(토론회) 수강생 등 수십 명을 꾀어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편취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재벌 3세' '그룹 회장 혼외자'를 사칭하며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전씨의 범행 과정에선 한 가지 특이점이 발견된다. A씨 사례처럼 피해자의 지인과 가족까지 끌어들이려 했던 것이다. '다단계 판매조직'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수법이다.

◇"당신에게만 주는 특별한 정보"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 7월 중순 '수익형 블로그 운영법'을 알려준다는 온라인 부업 세미나에서 전씨를 만났다. 이 세미나를 개최한 곳은 B업체다. 지난달 25일 김민석 강서구의회 의원은 전씨는 물론 이 업체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A씨는 "이달 말 퇴직 예정인데 이후 계획을 세우는 차원에서 부업 세미나를 듣게 됐다"며 "당시 전씨는 강연 후반부 스페셜 게스트로 등장했는데, 무료로 컨설팅을 해준다는 말에 연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전씨는 컨설팅을 마치고 A씨에게 따로 전화해 "당신에게만 특별한 정보를 주겠다"고 꾀었다. 그러면서 "미국에 한 통신기술(IT) 회사가 상장할 계획인데, 아끼는 경호원과 일부 지인만 투자를 하고 있다"며 A씨에게 적극 투자를 권유했다. 전씨는 "원금 손실 시 보전해주고, 최소 3배 수익을 약속할 수 있으며 원하면 차용증도 써주겠다"며 A씨를 안심시켰다.

안타깝게도 A씨는 전씨의 말을 믿었다. 그는 지난 7월26일부터 9월4일까지 수중에 있는 4000만원과 금융권 대출 4000만원 등 총 8000만원을 다섯 차례에 걸쳐 전씨의 경호원 계좌로 보냈다. 전씨는 A씨로부터 신용카드도 빌려 갔다.

◇"돈 입금될 때까지 매일 연락"
 
A씨에 따르면 전씨는 돈이 입금될 때까지 수시로 재촉하는 등 집요한 모습을 보였다. A씨와 전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실제로 확인한 결과, 전씨는 7월 24일부터 8월2일까지 거의 매일 "오늘 중으로 되나" 잘 되고 있나" "아직 멀었나"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돈을 건넸으나 전씨의 마수(魔手)는 멈추지 않았다. 전씨는 A씨의 지인도 끌어들이려 했다. 전씨는 지난 8월31일 A씨에게 전화해 말했다.

"지인과 가족 중 추가로 투자할 사람이 있나. 가족이 없다면 친한 친구라도 꼭 투자하면 좋을 것 같다."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의혹을 받는 전청조 씨가 김포에서 체포된 뒤 31일 오후 서울 송파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3.10.3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의혹을 받는 전청조 씨가 김포에서 체포된 뒤 31일 오후 서울 송파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3.10.3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후에도 "혹시 외동이냐. (지인들을) 꼭 데리고 와야 좋을 거 같다"며 재차 권유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불행 중 그나마 다행으로 A씨는 "다들 투자를 안 한다고 한다"고 전씨에게 답장을 보냈다. A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하다.

그는 "무엇인가 찝찝함을 느껴 지인에게는 권유하지 않았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면 지인들의 돈도 뜯어내려 한 것 같다"며 "돈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까지 잃을 뻔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C씨도 A씨처럼 '아찔한' 상황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역시 온라인 부업 세미나를 수강하다가 알게 된 전씨에게 8500만원의 사기를 당했는데 이후에도 전씨는 C씨의 지인을 끌어들이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믿을 수밖에 없었다"

'재벌 3세'라는 전씨가 처음부터 믿음직스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A씨는 말했다. 그러다 지난달 전씨가 남현희씨와 재혼한다는 뉴스 보도를 접하고선 '(전씨가) 사기꾼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A씨는 "전씨가 강의 도중 자신이 '남현희와 곧 결혼할 것이고, 10월 중 언론에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간 자신을 '재벌3세'로 소개한 만큼 의구심은 있었는데, 재혼 기사가 나오니 '맞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재혼 발표' 보도 후 일주일도 안 돼 전씨는 체포돼 피의자로 전락했다. 전씨와 관련 있는 사기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A씨는 "이후 전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내가 '사기 피해자'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애초 피해자들은 전씨의 말을 왜 믿었던 것일까.
  
전씨는 수강생을 만난 자리에서 강연자로서의 카리스마를 드러냈다고 한다. A씨는 "전씨의 언변이 상당히 좋았다"며 "수강생이 30~40명이나 되는데 한명씩 질문을 받아 답했다"고 전했다. 또 "자신을 '재벌 3세' '미국 유명 IT회사 대주주'로 소개하니 속으로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희대의 사기극' 결말은?

A씨가 전씨에게 건넨 8000만원 중 4000만원은 5년간 직장을 다니며 차곡차곡 모아온 '밑천'과 다름없는 자금이다. A씨는 예금은 물론이고 수중의 주식까지도 일부 처분했다.

전청조씨가 창업 세미나에 '스페셜 게스트'로 등장해 강연 중인 모습(제보자 제공) © News1 나주희
전청조씨가 창업 세미나에 '스페셜 게스트'로 등장해 강연 중인 모습(제보자 제공) © News1 나주희

당장 대출 이자가 걱정이다. A씨의 대출은 총 4000만원이다. 시중은행에서 연 6.09%에 2000만원, 연 12% 카드론 1500만원, 연 10% 저축은행 신용대출 500만원이다. 매달 내야 할 원리금만 150만~200만원에 달한다. A씨의 한달 월급 실수령액은 210만원으로 대출을 갚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이제는 다음 달부터 월급도 나오지 않는다. 이달 말 퇴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A씨는 "회사 퇴직금으로 어찌저찌 막을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1일 오후 서울 송파경찰서에 전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A씨 같은 평범한 직장인을 절망에 빠뜨린 '희대의 사기극'은 어떤 대가를 치를까. 온국민의 시선이 '전청조 사건'에 쏠려 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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