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건강정보 한눈에 보며 치료…'의료 마이데이터' 시대 성큼

'건강정보고속도로' 시범사업 참여하는 서울성모병원 가보니
"금융정보 이상으로 의료정보가 편안하게 소비되고 쓰일 것"

윤건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가톨릭중앙의료원 환자 정보를 확인하며 진료를 보고 있다/서울성모병원 제공
윤건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가톨릭중앙의료원 환자 정보를 확인하며 진료를 보고 있다/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당뇨 환자인 A씨(65)는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동네 내과를 들러 당뇨 진료 후 사본을 발급받아 안과 병원에 내야 했다. 당뇨약, 백내장약 등 먹어야 할 약은 많은 데다 사본 속 의학용어도 어려워 진료나 검사 결과를 이해하기 도통 어려웠다.

하지만 '건강관리 고속도로'가 뚫렸고 정부가 개발한 '나의 건강기록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동네 내과를 들를 필요 없이 진료기록을 온라인으로 받았고 복약 시간 알림 등은 앱으로 확인했다. 진료기록은 표와 그래픽으로 시각화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신장이식 환자인 B씨(35세)는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채 응급실로 왔다. 의료진은 그가 신장이식 환자인지 알기 힘들었다. 건강정보 고속도로가 있었다면 이송 중인 환자 정보(혈액형, 질병, 투약 등)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준비(혈액, 투약, 수술 등)가 가능했을 것이다.

여러 의료기관에 흩어져 있는 본인의 건강 정보를 한 번에, 손쉽게 확인하고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이를 본인 동의를 받고 의료기관이 제3자에 공유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시대가 오고 있다.

전문가는 환자 건강에 도움이 될뿐더러 환자 자신이 정보를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이 데이터 활용 가치를 알게끔, 또 불필요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의 설득이 중요하다고 봤다.

◇서울성모병원, 부산대병원 등에서 건강정보고속도로 시범운영…6월 개통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보면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이 눈에 띈다. 환자의 의료 정보를 공유하는 사업인데, 이를 기반으로 한 의료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연구 개발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분산된 정보를 개인, 의료진 등에게 표준화된 형태로 제공하는 기반은 올해 안에 구축하며 현재 시범 운영 중인 건강정보고속도로(의료기록 데이터 중계 시스템) 본 사업은 오는 6월부터 시작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표준화된 데이터가 본인 동의 기반으로 활용 기관에 전송된다"며 "본회의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방안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의료법 때문에 본인 동의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이 제3자에게 개인 의료정보를 직접 전송할 수 없었으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본인 동의 하에 의료 분야의 전송요구권이 도입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제3자 전송요구권을 통해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우선 추진하고 의료데이터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한 추가적인 제도 보완 등을 위해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이때 참고가 될 '건강정보고속도로'는 본인의 스마트폰 앱이나 의료진의 진료 PC 등 개인정보를 맞춤형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과 부산대학교병원 등 245개 의료기관이 지난해 8월부터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등록된 의료기관에서의 진료 정보를 공유해 종전 기록을 확인하며 처방을 내릴 수 있다.

본문 이미지 - 윤건호 4차산업혁명위원회 디지털헬스케어특별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마이 헬스웨이(가칭:건강정보 고속도로)구축 도입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2.2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윤건호 4차산업혁명위원회 디지털헬스케어특별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마이 헬스웨이(가칭:건강정보 고속도로)구축 도입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2.2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2일 오후 기자를 만난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도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여의도성모병원을 내원 중인 환자의 과거 진료 기록을 보며 진료를 보고 있었다.

진료 후 윤 교수는 "금융정보도 의료정보만큼 민감한데,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데는 은행을 방문하지도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취지를 담아 의료데이터 활용 필요성을 설명했다.

앞으로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의 숙제는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는 것이라고 본 윤 교수는 "수요는 많은데, 편리하게 만들어져야 쓰지 않겠느냐"며 "금융업계 사례보다 더 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성질환자는 데이터를 가지고 관리해야 치료를 더 잘 받을 수 있다"며 "마이데이터 사업의 목적은 환자의 치료, 치료를 위한 데이터의 활용에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의료 정보의 접근 권한, 정보 활용에 대한 보상, 정보 전송 시 보안 우려 등에 대한 합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윤 교수는 "합의가 필요하고, 여러 법령이 정확히 제정되면 금융정보 이상으로 의료정보가 편안하게 소비되고 잘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성모병원은 시범사업 참여 기관으로서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 간 정보를 공유하고, 의료정보 표준화에 힘쓰고 있다.

복지부는 서울성모병원 등의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국민참여단'을 모은 뒤 병원의 앱으로 본인 데이터를 조회·공유하며 어떻게 활용되는지 체험하게 했다. 이를 통해 불편 사항과 의견 등을 청취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선 개인의 동의 하에 정보가 조회·저장·제공될 수 있도록 하고 인증·식별 체계로 유출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윤 교수는 의료 분야에도 제3자 전송요구권이 제공돼야 하며, 관련 산업계도 이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병원에선 몇 달에 한 번 정도만 진료가 가능한 데다 공공 분야가 해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복지부도 1차의료 만성질환 대상 비의료 건강관리 플랫폼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윤 교수는 엉뚱한 사람에게 의료데이터를 넘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잡혀야 한다며, 편의성이 알려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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