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미국의 한 여성 펜싱선수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상대 선수와 경기를 하지 못하겠다고 항의해 실격 처리되는 일이 발생했다.
CNN과 폭스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칼리지파크에서 펜싱 토너먼트 여성 플뢰레 개인전에 참가한 스테파니 터너는 경기가 시작되자 한 쪽 무릎을 꿇었다.
당시 모습이 촬영된 영상에 따르면 상대 선수는 무릎을 꿇은 터너에게 이상이 있다고 생각해 다가갔다. 그러자 터너는 보호구를 벗고 "미안하지만 당신은 남자이고 난 여자이며 이 대회는 여자 토너먼트다. 나는 당신을 존중하지만 경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 선수는 "나를 여성으로 인정하는 정책이 있어 펜싱을 할 수 있다"며 "당신은 블랙카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터너는 "알고 있다"고 답했고 이후 심판이 다가와 터너에게 실격 처리를 내렸다.
터너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오랜 기간 민주당 지지자였으며 성소수자를 반대했던 적도 없었지만,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여성 스포츠에 참가할 수 있게 되면서 공화당 지지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펜싱협회 규정에 따르면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선수들은 대회 참가 전 최소 12개월 동안 테스토스테론 억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미국펜싱협회는 터너가 경기 참가를 거부해 실격됐으며, 개인적인 발언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협회는 "펜싱 선수는 어떤 이유로든 적절하게 참가한 다른 펜싱 선수와의 경기를 거부할 수 없다"며 "이 규칙에 따라 이러한 거부는 실격이나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맞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스포츠 정책이 발전하고 어떤 종류의 혐오 발언도 용납되지 않음에 따라 (협회는) 존중과 연구에 기반한 대화와 검토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며 트랜스젠더 선수의 경기 참여를 옹호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성별 정책을 두고 이견이 엇갈리고 있는 미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여성 스포츠에서의 남성 배제'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트랜스젠더 운동선수가 여성 스포츠 종목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 이후 전미대학체육협회(NCAA)는 출생 시 여성으로 구별된 선수만 여성 스포츠에 참가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터너가 참가한 해당 대회는 NCAA가 주관하는 행사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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