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원유 구매국에 25~5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단 위협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에 합의하는 데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30일(현지시간) NBC 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짜증이 났다(pissed of)"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평화 노력을 방해한다고 판단되면 러시아 원유 구매국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내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의 유혈 사태를 멈추는 데 합의하지 못하고 그 원인이 러시아라고 판단되면 러시아산 전체 석유에 대해 2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관세(secondary tariffs)'는 트럼프가 외교나 국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렛대로 미국의 경제 영향력을 활용하려는 시도 중 하나이다. 제재 대상과 거래한 국가나 사람들에게 부과할 수 있는 재정적 처벌인 '2차 제재'와 관세를 조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러시아에 보다 유화적인 입장을 취해, 서방 동맹국들은 전쟁 종식 중재자로 나선 그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보여왔는데 이날 발언은 이런 입장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그간 트럼프는 '제재 카드도 살아 있다'는 식으로 연기를 피워왔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언급한 적은 없다.
푸틴이 트럼프 중재로 30일간 에너지 인프라 부분휴전에 이어 흑해 휴전까지 합의하고도 '농산물·비료 수출 제재 해제'를 요구조건으로 내거는 등 휴전 협상 진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2차 관세 카드를 실제 꺼내 들면 러시아 재정 상황은 크게 악화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차 관세는 "러시아가 인도 심지어 중국과 같은 주요 고객에 석유를 수출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간 가디언도 2차 관세는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푸틴의 석유 수입 접근을 더욱 제한할 수 있다고 짚었다.
로이터통신의 아시아 상품 및 에너지 담당 칼럼니스트 클라이드 러셀은 트럼프의 이번 발언에 대해 "지금 중요한 것은 일관성 없는 미국 지도자(트럼프)의 최근 움직임에 대한 다른 세 주요 플레이어의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은 인도와 중국밖에 없다면서 "문제는 트럼프의 위협이 신뢰할 만하고 결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지이며, 이는 러시아와 중국, 인도가 내려야 할 평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푸틴이 트럼프가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적어도 트럼프가 협상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물러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도에 대해선 "이미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해야 한다면 인도의 석유 수입 비용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셀은 "중국은 여전히 이란산 원유의 유일한 주요 구매국이며, 러시아 석유의 주요 수입국"이라고 언급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하지만 "중국의 위험은 트럼프가 이미 부과한 20% 외에도 중국산 미국 수입품에 최대 5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이미 모멘텀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에 실질적인 고통을 초래된다는 점"이라며 중국도 이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간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중국 은행은 국제결제시스템에서 금지될 것을 우려하여 러시아 기업과의 거래를 축소했다.
또한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는 세계 3대 산유국 중 하나로, 러시아 공급품 구매를 처벌하려는 시도는 석유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어떤 혼란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치성퓨처스의 애널리스트 가오 지안은 블룸버그에 "러시아의 원유 거래 규모는 막대하기 때문에, 트럼프는 장단점을 평가하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미국 상무부 고위 관리인 윌리엄 라인쉬는 가디언에 "계획성 없이 트럼프가 발표하는 방식과 관세 위협은 많은 의문을 남긴다"며 미국 정부가 어느 나라가 러시아 원유를 구매하는지 추적하고 증명하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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